카타르에 머무는 하마스 지도자 겨냥
중동과 유럽 주요국 이스라엘 맹비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 예고
9월 의장국 한국이 안보리 회의 주재

이스라엘이 카타르 수도 도하를 공습했다. 이 지역에 은둔 거점을 두고 활용해온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고위 인사를 겨냥한 것이다. 카타르와 중동 주요국은 물론, 서방까지 일제히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나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긴급회의를 예고했다. 9월 의장국인 한국이 회의를 주재하게 됐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ㆍ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카타르 수도 ‘도하’ 일부 지역에 이스라엘 공습이 이어졌다. 공습 직후 폭음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 카타르 외무부는 이와 관련해 “하마스 지도자가 머무는 주거용 건물이 공격당했다”고 설명했다. 하마스는 2012년부터 카타르 도하에 정치국 사무실을 운영해왔다.
카타르는 이집트와 함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중재국이다. 이스라엘이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국을 겨냥, 공습을 단행한 셈이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후 약 2년의 전쟁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하마스와 연대한 레바논과 시리아ㆍ예멘 등에서 군사작전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휴전 중재국을, 그것도 현지 작전이 아닌 갑작스런 공습을 단행한 사례는 처음이다.
공습 이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고위 지도자를 겨냥해 정밀 타격했다”며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밀 무기를 사용했고, 하마스 테러 조직을 격퇴하기 위해 작전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테러 지도자들이 어디서든 처벌받지 않고 지낼 수 있던 시기는 지나갔다”면서도 “우리는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고 싶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 원칙을 받아들였다”며 하마스에 휴전안 수용을 압박했다.
이스라엘로부터 때아닌 공격을 받은 카타르는 곳곳에서 격앙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먼저 카타르 외무부는 “이스라엘의 비겁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이 범죄는 카타르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고 규탄했다.
휴전 협상도 미궁에 빠질 우려가 커졌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카타르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카타르가 ‘가자지구 휴전 협상 중재를 잠정 중단한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협상중단 기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습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도 “우리의 중재 노력은 카타르 정체성의 일부이며 이와 관련된 우리의 역할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 걸프국과 아랍연맹(AL)도 규탄 성명을 냈다. 카타르와 함께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중재하는 이집트는 대통령실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국제법 위반, 강력히 규탄한다”며 “위험한 선례이자 용납할 수 없는 사태”라고 맹비난했다.
서방 국가도 일제히 비난 성명을 앞다퉈 내고 있다. EU 외교·안보 대표와 캐나다ㆍ영국ㆍ독일 총리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규탄했고, 스페인 정부도 외교적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오전 “이스라엘의 공습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았다”면서도 “카타르 내부에 대한 일방적인 폭격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를 진전시키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휴전과 인질 석방에 긍정적 역할을 해온 카타르를 이스라엘이 공격했다”며 “카타르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침해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과 관련해 미국 뉴욕 현지시각으로 10일 오후 3시(한국시간 11일 오전 4시)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개최한다.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알제리와 파키스탄 등이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선출직 비상임이사국인 한국이 9월 한 달간 안보리 의장국을 맡는 만큼, 이번 현안 회의는 한국이 주재한다. 안보리 의장국은 이사국 영문 국명 순으로 한 달씩 맡는다. 한국은 2024∼2025년 임기의 안보리 이사국을 수임하고 있으며 지난해 6월에도 의장국을 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