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난이 교육 투자 축소로 이어져
도서 구입비·시설 투자 줄면서 교육 질 저하
교수진 사기 저하도 심각⋯해외로 유출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가 17년째 이어지면서 고등교육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학생 부담을 줄인다는 정책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장기간 지속되면서 재정난을 넘어 교육의 질 저하와 연구 환경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쿼카렐리시몬즈(QS)의 ‘2026 세계 대학 순위’에 따르면 상위 100대 대학에 포함된 한국 대학은 서울대(38위)·연세대(50위)·고려대(61위) 등 3개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5개 대학이 포함됐지만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포항공과대(POSTECH) 등 2개 대학이 순위에서 밀려났다. 중국이 베이징대(14위)·칭화대(17위)를 비롯해 10개교를 상위 100위에 올린 것과는 대조된다.
특히 국내 최상위 종합대학인 서울대는 이번 조사에서 전년 대비 7계단이나 순위가 하락했다. 외국인 교수 비율(801위)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대학가에서는 재정 문제로 우수 교수 유치를 위한 여력이 줄어든 것을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의 세계 순위 하락은 등록금 규제와 무관하지 않다”며 “교수 보수와 연구비 지원이 제한되면 좋은 교수들이 학교에 오지 않게 되고 이는 곧 대학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등록금 인상률 제한규정 입법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학들이 2012~2022년 등록금을 교육부가 고시하는 법정 등록금 인상률의 70% 수준으로 인상했다고 가정한다면 국공립대학은 연평균 2822억 원, 사립대학은 연평균 1조5786억 원의 재정 수입을 거둘 수 있었다.
확보되지 못한 이 재원은 교육 투자 축소로 직결됐다는 분석이다. 사립대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는 2011년 1207만 원에서 2021년 835만 원으로 30.8% 줄었다. 같은 기간 도서 구입비 역시 1514억 원에서 1128억 원으로 25.5%가량 감소했다. 연구비와 실험 실습비, 시설 투자 역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물리학과 실습을 20년 전 장비로 하는 대학이 적지 않다”며 “일부 국립대조차 고등학교보다 실험실 환경이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말했다.
교수진의 사기 저하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등록금이 장기간 묶이면서 교수들의 처우 개선이 사실상 멈춰 섰기 때문이다. 임금은 10년 넘게 동결된 경우가 많고, 연구비와 학술 활동 지원도 축소됐다. 이로 인해 우수 인재가 해외 대학으로 빠져나가거나 아예 한국 대학 진입을 꺼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 교수는 “새로운 교수들이 한국 대학에 오려고 하지 않고, 기존 교수들조차 사명감만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40대 젊은 교수들은 더 나은 처우를 찾아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는 결국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립대와 달리 사립대는 정부 지원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국립대에는 인건비와 경상비 지원이 이뤄지지만, 사립대는 등록금 수입이 사실상 유일한 재원이라 동결 정책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방 사립대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학생 수가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 사립대 교수는 “지방 사립대에서는 좋은 교원을 초빙하기가 더 어렵다”며 “교수들이 지방에 오길 꺼리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과 같은 조건으로는 경쟁이 안 되고 오히려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해야 하는데 재정 여건상 불가하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등록금 동결 기조가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송기창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사립대들은 등록금 의존도가 60~80%에 달한다. 그런데 등록금은 묶여 있고, 국고 지원은 서울대나 국립대에 집중돼 있어 사실상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대학들은 점차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