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가격 급등 파장, 초콜릿으로 번져
주요 초콜릿 브랜드, 제품 가격 두 자릿수 인상
흉작·기후변화에 트럼프 관세 직격탄

기후 위기와 공급망 차질 등으로 전 세계 식품 가격이 요동치면서 추석을 앞둔 한국의 장바구니 물가와 외식 비용이 크게 올라 서민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본지는 한국의 밥상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시장의 동향을 분석하고 서민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현 상황을 진단한다. 더 나아가 푸드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한다.
세계인의 아침과 일상에 빠지지 않는 커피 한 잔과 달콤한 위안을 주는 초콜릿 한 조각을 쉽게 즐길 수 없게 됐다.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커피와 코코아가 극심한 기상 현상에 노출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글로벌 푸드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커피 가격 벤치마크인 미국 뉴욕 ICE 거래소의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최근 1년간 약 52% 상승했다. 아라비카 커피 가격은 5일(현지시간) 종가가 파운드당 373.65센트로 올해 2월 13일 기록한 425.10센트보다는 낮지만, 2022년 10월부터 작년 3월까지만 하더라도 대체로 200센트를 밑돈 것을 고려하면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최대 생산국 브라질이 기상 악화로 흉작을 겪으면서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2년 연속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미국에서 7월 커피 소매 가격이 전년 대비 14.5% 상승해 파운드당 8.41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커피 소매 가격도 작년 초 이후 40% 가까이 치솟았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코코아 가격은 최근 급등세에서 벗어나 안정세를 겨우 찾았지만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서아프리카 주요 산지인 코트디부아르·가나의 수확 부진으로 가격이 역사적인 수준으로 치솟은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메이저 초콜릿 브랜드 허쉬는 올가을부터 미국 내 초콜릿 제품 소매 가격을 두 자릿수로 인상할 계획이다. 스위스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린트는 올 상반기에 이미 가격을 15.8% 인상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 관세 정책이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브라질 커피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50%로 상향하면서 가격 압박을 고조시켰다. 상호관세 부과로 베트남(20%)·콜롬비아(10%)·인도네시아(19%)·중앙아메리카(10~15%)·아프리카(10~15%) 등 주요 커피 산지가 높은 관세에 직면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농산물 가격 분석 플랫폼 헬리오스AI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프란시스코 마틴-라요는 “브라질산 커피에 10% 관세만 부과돼도 미국 소매가가 90일 안에 6~8%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폴저스 커피, 카페 부스텔로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식음료업체 JM스머커는 지난달 “관세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초겨울 커피 가격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 들어 세 번째 인상이다.
스위스 초콜릿과 커피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지난달 기존 31%에서 39%로 인상됐다. 네슬레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모든 캡슐 커피를 스위스의 세 공장에서 생산한다”며 트럼프 관세 영향을 우려했다.
선진국 소비자들은 커피와 초콜릿을 없어서는 안 되는 생활 필수 기호품처럼 간주하고 있어 이들 두 품목은 가격이 올라도 소비가 크게 줄지 않는 ‘수요 비탄력성’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공급 충격은 고스란히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전가된다.
블룸버그는 “커피·코코아가 전 세계 소비자들의 체감 인플레이션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값비싸진 기호품이 ‘작은 사치’라는 위로를 넘어 가계 부담의 상징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