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질책 뒤 이례적 속도전

SPC그룹이 이달부터 직원들에 대한 근무제 개편안을 전격 시행했다.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SPC삼립 시화공장을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지 이틀 만에 재발 방지를 위한 생산직 야간 근로 8시간 이내 제한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구체화된 사별 근무제 개편안을 내놓는 등 다소 이례적일 만큼 발빠른 시행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인력 충원이나 임금을 포함한 협상 상황이 계열사별로 달라 향후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3일 SPC그룹에 따르면 1일부터 각사별로 생산직 근무제도를 개편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개편안의 골자는 생산 현장에서 야간 8시간 초과근무를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SPC삼립과 샤니의 경우 야간 초과근무를 없애는 대신 기존 2조 2교대‧3조 2교대에서 3조 3교대 근무 체제로 잠정 변경했다. SPL의 경우 기존 2조 2교대에서 중간조를 도입하고, 일부 라인은 주 6일제로 야간근로 시간을 줄인다. 비알코리아는 기존 중간조를 운영하고 있던 것을 확대해보기로 했다. 중간조는 야간 근로 축소에 따라 생기는 공백 시간대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파리크라상은 기존 2조 2교대에서 야간근로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잠정 운영한다.
제도 개편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임금 보전에 대해서도 각 사별 환경에 맞게 잠정 합의한 상황이다. 야간 초과근무를 줄여 생기는 임금 감소 문제에 대해 사별로 기본급 인상과 추가 수당 신설, 휴일‧야간수당 가산 비율 상향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 예컨대 SPC삼립은 기본급을 인상하고, 휴일수당 가산율을 기존 50%에서 75%로 상향 조정했다. SPL은 야간수당 가산율을 50%에서 79%로 상향 조정하고, 특별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의 합의 사항은 잠정적인 개편안과 합의사항으로 시범 운영 중 점검되는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SPC그룹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빠른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추가 의견들을 반영해 10월 1일부터는 모두가 만족하면서도 보다 안전한 근무제가 안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SPC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한 파리크라상, 샤니, 비알코리아 등도 사별 환경에 맞게 다양한 방안으로 노사가 잠정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속도감 있게 진행됐던 만큼 첫날부터 시행착오가 없지는 않았다.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도너츠의 경우 당초 정률적으로 기본급을 인상하는 안(임금 보전률 10~20%)에서 노조 측의 반발이 있었고, 첫날 노사는 생산수당 신설, 야간수당 가산율을 높이는 안(70~80%)으로 재합의 했다. 이외에도 강도 높은 업무 분야에서의 추가 고용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추가 고용이 아직 현재진행형인 만큼 기존 인력이 바뀐 근무제를 운영해야 하는 부분 등 갈 길이 멀다. 제도 개편에 따른 필요한 추가 인원은 약 250명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3조 3교대 역시 2개조가 야간근무를 하게 되는 것으로, 하루 당 근무시간 자체는 줄지만 야간 근무 빈도는 더 잦아지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도 지적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부 합의안에서는 소득 보전 방안을 올해 말까지로 시한을 둔 것으로도 안다. 이걸 끝까지 책임지고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지도 지켜봐야 할 문제”라며 “야간 근로의 강도 자체를 완화하는 방안과 설비 투자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도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현장 혼란을 줄이고 제도가 안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SPC그룹도 이런 문제를 인식, 계속해서 사별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한 달 간의 조정 과정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며 “사별 협상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SPC그룹의 이번 근무제 개편에 따라 추가 고용을 포함한 투입 비용 규모는 연간 330억 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SPC그룹 영업이익 768억 원의 약 43% 수준이다. SPC그룹은 ‘안전 스마트 신공장’ 건립도 조속히 추지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