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용접·도장 공정 확대
조립라인 40% 로봇화 장기 목표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을 앞세워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15% 관세, 국내 노사 갈등, 노란봉투법 시행 등 삼중고가 겹친 상황에서 로봇과 스마트팩토리를 결합한 무인화 전략이 생산성과 경쟁력 제고의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0월부터 미국 내 차세대 생산 거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한다. 초기에는 자동차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순서대로 배치하는 단순 작업부터 시작해 내년에는 용접·도장 등 본격적인 공정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조립라인의 40%를 로봇화하고 로봇 1대가 근로자 1.5명에 해당하는 효율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조 현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의 초기 상용화 가격을 10만 달러로 가정하고 5년간 하루 24시간 투입할 경우 시간당 비용은 3.4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현대차 국내 공장 인건비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향후 로봇 가격이 3만 달러까지 떨어지면 시간당 비용은 1.2달러로 줄어 인건비 대비 20분의 1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성 향상 효과도 크다. 기존 2교대 20시간 체제에서 로봇이 24시간 가동되면 동일 설비 기준 생산량은 60% 늘어난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생산능력은 현재 연 120만 대 규모로, 무인화가 이뤄지면 최대 192만 대까지 확대돼 현지 판매 물량을 전량 소화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25일 미국 투자 규모를 기존 210억 달러에서 260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에는 루이지아나 전기로 제철소와 자동차 생산능력 확대 외에도 연 3만 대 생산 규모의 로봇 공장 신설 계획이 포함됐다. 로봇 생산거점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로봇개), ‘아틀라스’(휴머노이드), ‘스트레치’(물류로봇) 등 제품의 미국 내 양산을 담당하며 장기적으로는 로봇 생태계 허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계열사들도 로봇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로보틱스 핵심부품인 액츄에이터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으며 센서·제어기·로봇핸드 등으로 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 현장에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을 투입하기 위해 기술검증을 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E-아틀라스’가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까지 진화시켰다.
업계는 이번 로봇공장 프로젝트가 현대차의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맞물려 관세 부담을 줄이고 노사·정책 리스크에 대응하는 방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자동차 산업은 밸류체인이 가장 길고 인력 고용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다. 잦은 파업과 인건비 부담,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업계 전반의 리스크로 작용해왔다. 여기에 최근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강화되면서 완성차 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본격 도입이 노사 리스크와 지정학적 변수까지 완화하는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