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생존율 71.8%…전문센터 만들고 약제 도입 대폭 개선해야

국내 폐동맥고혈압 치료 환경을 개선해 환자들이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폐동맥고혈압은 진단이 복잡해 환자들이 최대 3년까지 ‘진단 방랑’을 경험하고,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환자들이 직장과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큰 실정이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한폐고혈압학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주관,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폐동맥고혈압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의료계 전문가들과 환자단체 참석자들은 국내 치료 환경의 한계와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일반적인 고혈압은 심장에서 전신으로 혈액을 보내는 ‘동맥’의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140/90㎜HG이상으로 높아지는 질환이다. 이와 달리 폐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는 ‘폐동맥’의 혈압이 평균 20㎜HG를 초과하는 질환이다. 전체 폐고혈압 환자 가운데 약 3%에 해당하는 1군 폐고혈압이 ‘폐동맥고혈압’으로 진단된다. 환자는 폐동맥 벽이 점점 두꺼워져 좁아지고, 이런 변형으로 인해 우심실부전과 심장돌연사까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치료 성적은 해외와 비교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약 3200명의 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며, 5년 생존율은 71.8%로 집계됐다. 일본은 90% 이상, 대만은 78%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체 암 5년 상대생존율 72.9%와 비교해도 폐동맥고혈압 생존율이 낮다.
김기범 대한폐고혈압학회 학술이사(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돌연사의 위험이 높아 환자가 한동안 진료를 보러 오지 않으면 걱정이 된다”라며 “환자들 역시 꽤 자주 좌절감, 무력감, 스트레스, 불안감을 느끼며 고통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약제를 신속히 도입하고, 폐동맥고혈압을 전문 질환군으로 인정하면 현재 환자들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향후 전문센터를 설립해 조기진단과 치료를 실시하고, 전국단위의 환자 등록과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윤영진 한국폐동맥고혈압환우회 파랑새 대표는 환자들이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신약 건강보험 급여화를 촉구했다. 윤 대표에 따르면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은 진단 이후 좌절감을 경험하고 삶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사회 활동을 단절하고, 여행이나 장보기 등 일상적인 일들을 하지 않으면서 집 안에만 머무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들이 한국에 도입되지 않거나, 도입이 됐어도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으로 사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출시된 치료제 가운데 가장 복약 순응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신약 윈레브에어주(성분명 소타터셉트)는 지난해 미국에서 허가 및 도입됐지만, 한국에서는 지난달 허가됐으며 아직 급여화는 미지수다.
정욱진 대한폐고혈압학회 회장(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희귀난치성 질환은 환자 수가 많지 않아 고가의 약제라도 필요한 경우가 소수다”라며 “지난 30년 동안 4개 기전의 13종, 17제형의 치료제가 등장했지만, 이 가운데 60%만 현재 국내에 도입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강력하고, 생존율 제고를 증명한 약인 에포프로스테놀은 1995년에 개발됐지만, 아직도 한국에 들어오지 않아 이 약이 필요한 고위험 환자들이 돌아가신다”라며 “GSK의 플로란(성분명 에포프로스테놀)과 얀센의 벨레트리(에포프로스테놀) 두 제품이 모두 도입되지 않은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라고 토로했다.
정 회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희귀약품일 수록 다른 국가에서 약값이 하락할 것을 우려해 한국 시장 진입을 꺼린다”라며 “해외 기업들의 ‘코리아 패싱’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도 신약을 받아들이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