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만의 미식세계 선보여 매출 크게 향상
평일 점심ㆍ주말 '1시간 대기' 진풍경도 일상
현대백 앱 '웨이팅 시스템' 고객 편의성 제고

#서울 여의도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명성(가명ㆍ36)씨는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인근 더현대 서울 백화점 애플리케이션(앱)을 켠다. 현장 줄서기를 하지 않아도 ‘원격 웨이팅’이 가능해 시간 맞춰 식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일과 중 가장 기다려지는 점심시간, 백화점에 입점한 ‘신상 맛집’은 포기할 수 없는 큰 즐거움이다.
백화점의 절대 매출은 여전히 패션 부문에서 발생하지만, 이제는 소비자의 무게 중심이 ‘식도락’이 많이 옮겨지는 분위기다. 현대백화점에 이어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한화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들이 잇달아 자신들만의 미식세계를 구축하는가 하면 '고메(GOURMET) 행사'를 통해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기 세일 등 단발성·계절성 방문이 아닌 일상적 방문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업계는 지난해부터 경쟁적으로 '고메위크(GOURMET WEEK)'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쇼핑 또는 문화센터 이용 후 잠시 들르던 식당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백화점 내에서 식음 관련 행사(다이닝위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곳은 현대백화점이다. 더 현대서울은 올해 주중과 주말 오후 5시 이후 식당가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40%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백화점 내 식음매장 매출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46.1% 뛰었다. 롯데백화점도 올 여름 시즌(7월 25일~8월 10일)을 맞아 고메위크 행사를 진행했다. 이 기간 제철 디저트부터 보양식 등 다양한 여름 한정 메뉴를 출시하고 현장 고객에게 F&B 10% 할인권을 제공해 고객 호응을 얻었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에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와 신개념 토털 럭셔리 플랫폼 ‘하우스 오브 신세계’ 등 차별화한 F&B 공간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눈에 띄는 매출 성과를 내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 스위트파크는 개점 이후 1년 간 누적 방문객 수가 1200만 명을 돌파했고 입점 디저트 브랜드의 총 매출은 전년 대비 108% 늘었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의 매출도 1년 새 2.5배 증가하고 건당 평균 구매액도 278% 증가했다. 이를 기반으로 신세계 강남점은 국내 단일 백화점 점포 매출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백화점업계가 이처럼 식품ㆍ미식관 등을 잇달아 강화하는 배경은 F&B만큼 고객을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고객을 오프라인 백화점으로 이끌 수 있고, F&B 구매에 이어 패션ㆍ화장품 등 다른 상품군 매출까지 견인하는 효과가 톡톡하다. 일례로 더현대 서울의 경우 평일 점심과 주말 식사를 위해 백화점을 찾은 F&B 고객들이 1시간 이상 식당 주변에서 대기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자체 앱을 통해 웨이팅 시스템을 구축, 고객 편의성 제고와 동시에 백화점 내 락인(Lock-in) 효과를 꾀해 다른 브랜드의 소비 창출을 유도하고 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의 고마진 매출은 의류 등 패션에 쏠려 있었지만, 더는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진 지 10년이 넘었다"며 "이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줄 지가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화점 입점 식당들은 고퀄리티의 음식을 선보이는 곳이 많은데, 고메위크 같은 고급 식당 경험 행사는 이커머스에 익숙해진 고객들을 오프라인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