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보다 범용성 떨어지지만
학습ㆍ추론 빠르게 처리 가능
데이터센터ㆍ엣지 디바이스 유리
시스템 반도체 불모지 극복 기대
국내 업계 사업 속도
퓨리오사AI 2세대 '레니게이드'
LG 엑사원 LLM 인프라 구축
리벨리온 '아톰', SKT와 협업
딥엑스 'DX-M1' 로봇ㆍ보안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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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신경망처리장치(NPU)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아직 미미한 이 시장에 올해 우리나라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AI 맞춤형 반도체로서 그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탄탄한 지원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업계에서는 청신호가 켜졌다. 국내에서도 미국 엔비디아와 같은 거물급 AI 기업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AI 팹리스 기업들은 자사 NPU의 조기 양산과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독립을 시도하는 상징적인 해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불모지로 평가받던 우리나라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진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통상 반도체 팹리스 기업이 제품 양산을 한다는 것은 구체적인 고객사가 확정돼야만 가능한 일”이라며 “기업들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사업 경쟁력과 사업성을 평가받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NPU는 딥러닝 등 AI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다. 인간의 뇌처럼 수많은 신경망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일종의 ‘AI 전용 두뇌’로 볼 수 있다. 현재 주로 쓰이고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비해 범용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대량의 연산을 저전력으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AI 시장에서 탈(脫) 엔비디아 경향이 강화하면서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에도 새로운 활로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 GPU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공급이 부족해지고, 이에 따른 가격 상승, 기술적·정책적 독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텔, AMD, 구글, 메타, MS 등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해 ‘울트라 가속기 링크(UA링크) 프로모터 그룹’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AI 가속기 연결을 위한 새로운 기술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의 NPU는 엔비디아 제품보다 대규모 학습이나 범용성은 떨어지지만, 전성비(전력 대비 효율 성능)가 좋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AI 추론에 특화 설계돼 있어서 전력 소모가 적어 데이터센터, 엣지 디바이스 등 전력 제한이 중요한 분야에서 유리하다.
김한준 퓨리오사AI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기자와 만나 자사 NPU ‘레니게이드’를 소개하며 “엔비디아의 GPU보다 전력 효율이 뛰어나고, 가격도 크게 낮춘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AI 시장에서 반드시 엔비디아를 뛰어넘겠다”고 말했다.
레니게이드는 퓨리오사AI가 지난해 선보인 자사의 2세대 제품이다. SK하이닉스의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가 적용됐다. 엔비디아의 추론용 AI 반도체 ‘L40S’와 성능은 비슷하지만, 전력 효율은 두 배 이상 높다.
최근에는 산학계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사업성까지 갖춰나가고 있다. 퓨리오사AI는 최근 LG AI연구원과 협력해 초거대언어모델 ‘엑사원(EXAONE) 4.0’ 기반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또 서울대가 주관하는 차세대반도체혁신융합대학과 함께 2학기부터 레니게이드를 활용한 ‘조선왕조실록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약 5000만 자에 달하는 조선왕조실록 빅데이터에 AI 기술을 접목해 검색 증강 생성(RAG)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대형 사업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질의응답 시스템을 갖춘 조선왕조실록 전용 AI 챗봇 서비스가 개발될 예정이다.
리벨리온은 SK텔레콤의 주요 AI 서비스에 자사 NPU ‘아톰’을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SK텔레콤 자회사 사피온코리아와 합병한 이후 양사 간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구체적으로, 아톰이 탑재된 서버를 SKT의 ‘에이닷 전화 통화요약’, ‘PASS 스팸필터링’ 등에 테스트하고 있으며, 테스트가 완료되면 연내 해당 서비스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딥엑스는 현재 로봇, 물리 보안 시스템, 산업용 솔루션, 서버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특화된 ‘DX-M1’ 솔루션을 글로벌 고객사 20여 곳과 검증하고 있다. 성능과 전력 효율 등을 테스트 중이며, 이르면 하반기 공급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이재명 정부가 AI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예고하면서,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세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기창 서울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는 “지금처럼 국내 AI 반도체 창업자들의 열정과 역량이 높았던 적이 없었다”며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우리나라가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