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가 24일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을 여당 주도로 강행 처리하면서 경영계와 외국계 투자자들의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다. 국내 경제계는 “예측 불가능한 규제 환경이 조성됐다”며 강력 반발했고 외국계 기업들도 “투자 매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개 경고에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국회에서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고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노조법 개정으로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이 확대됐지만 노조법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 해당하는지도 불분명해 이를 둘러싸고 향후 노사 간에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경제 6단체는 “국회는 산업현장의 혼란이 최소화되도록 보완 입법을 통해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에서도 유예기간 경제계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충실히 보완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외국계 기업 역시 규제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글로벌 기업들은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을 투자 판단의 핵심 요소로 본다”며 “이번 법 개정은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약화시키고, 경쟁국 대비 투자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주요 외투기업들은 노사 갈등, 파업 리스크, 불명확한 사용자 책임 범위 등을 고려해 투자계획을 재조정하고 있다. 최근 한경협이 종업원 100인 이상 외국인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외국계 기업 10곳 중 1곳 이상이 “한국에서의 사업을 실제로 철수하거나 축소할지를 검토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법 시행 이후 산업계 전반에 걸쳐 법적 분쟁이 빈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금속노조 산하 일부 사업장에서 원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됐던 사례가 있었고 이번 법 개정으로 유사한 갈등이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노사관계 균형과 산업생태계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법 시행까지 유예기간이 주어진 만큼 국회와 정부가 경제계·노동계와 실질적 협의를 거쳐 세부 지침과 적용 범위 등을 정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결국 하청업체가 원청 노조와의 집단교섭에 응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공급망과 생산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며 “산업 현장의 실태를 반영한 보완 입법과 구체적 시행령 정비 없이는 산업 생태계의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는 노란봉투법 처리 직후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임 요건 완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상정했다. 이른바 ‘더 센 규제’로 불리는 상법 개정안은 재벌 지배구조를 겨냥한 입법으로 대기업 집단의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재계는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국내 대기업이 해외 투기자본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업들은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지주회사 체제의 지배력이 약화하고 외국계 펀드의 경영 개입이 빈번해질 수 있다며 부작용을 경고했다. 경제계는 노란봉투법에 이어 상법까지 일방적으로 처리된다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국내 투자심리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