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대법원 판결' 근거 실손 환수⋯소비자단체 “권익 침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본인부담상한제 환급 안내문 발송에 나선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이르면 25일부터 환급 대상자에게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 지급 신청 안내문을 순차적으로 발송한다. 대상자는 안내문을 받은 뒤 공단에 신청하면 환급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건보공단 관계자는 “조만간 발송 계획 중”이라며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의 의료비 환급 절차가 시작되면서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환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건강보험 가입자가 1년간 의료기관에 지출한 본인부담금 총액이 소득분위별 상한액을 초과하면 그 초과분을 건보공단이 환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환자가 이미 실손보험으로 병원비를 전액 보전받은 경우다. 이후 건보공단에서 다시 환급까지 받게 되면 ‘이중 보상’이 된다는 이유로 보험사들은 환급분을 차감하거나 이미 지급한 보험금에서 환수한다.
보험업계는 25일 환급 개시에 맞춰 실손보험 가입자 대상 안내문 발송과 환수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A보험사는 최근 내부 직원 교육자료에서 “공단으로 환급받았거나, 환급대상으로 확인되는 금액은 실손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계약시기 상관없이 모두 부지급 대상”이라고 안내했다.
또 “본인부담상한제와 관련해 고객에게 안내문을 발송하고 소득분위 확인 후 기지급 보험금 환수 업무가 진행될 예정이니 고객의 불만과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했다.
자료에는 지난해 1월 선고된 대법원 판례도 근거로 제시됐다. 실손보험 보상대상에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이 포함되는지에 대한 첫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실손보험 가입자 B씨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지급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의 원심판결을 깨고 지난해 1월 25일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 규정에 따르면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은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비용”이라며 “실손보험 약관이 담보하는 것은 가입자가 실제로 최종 부담한 의료비에 한정되므로 공단에서 환급받은 금액은 보상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법원 판단으로 보험업계는 환수의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실제 부담한 의료비만 보장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환급분까지 포함하면 중복 보상이 발생한다”며 “대법원 판결로 근거가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단체는 제도 취지와 달리 소비자 실익이 줄어든다고 반발한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건강보험료와 실손보험료를 모두 낸 소비자가 환급금 때문에 민간보험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보험사들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환수를 강행하는 것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