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복지위 통과한 ‘문신사법’ 전면 재검토 촉구

의료계가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문신사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해당 법안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허용해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 의사들의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가 비의료인의 문신 및 반영구화장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을 졸속 처리한 데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전문가단체로서 깊은 우려를 표하며, 해당 법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의협은 “문신사법은 현행 의료법 제27조가 명확히 금지하고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예외를 두어, 비의료인인 문신사에게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라며 “이는 의료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천만한 입법 시도이며, 국민 건강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의협은 문신이 침습적인 의료행위에 해당하며 부작용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미용 차원을 넘어 감염, 알레르기, 육아종, 흉터, 쇼크, 염증, 중금속 축적 등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한단 것이다. 또한 문신에 사용되는 염료는 대부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지 않은 화학물질이며, 중금속 성분의 체내 잔류 가능성과 발암성 의심 물질에 대한 제대로 된 과학적 검증 체계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문신사법이 청소년들의 문신 시술을 부추긴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의협은 “문신의 대중화는 호기심이나 유행에 따라 미성년자들의 충동적 시술을 부추겨 교육 및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며 “단순한 직업 규제 완화가 아니라, 의료의 본질과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피부과의사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문신사법을 규탄했다. 의사회는 “이번 법안은 마치 국가가 문신을 보건·문화적으로 권장하는 행위인 양 합법화 근거를 마련했다”라며 “더욱이 법안은 ‘문신’과 ‘반영구화장’의 개념조차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 다수가 거부감을 느끼는 혐오적 문신까지 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문신에 사용되는 염료는 의약품 수준으로 철저히 관리돼야 함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서야 위생용품 정도로 분류되기 시작했으며 관리 기준도 국내 보건 현실에 맞는 과학적 근거가 아니라, 단편적인 해외 규제 기준을 차용한 수준에 불과하다”라며 “중금속과 발암성 물질을 포함할 수 있는 물질이 국민의 피부와 체내로 직접 주입되는 현실을 방치한 채 시술 자체를 합법화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문신사법이 의료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의사회는 “의료법의 기본 원칙은 ‘면허를 가진 자만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라는 것인데, 이번 법안은 침습적 행위인 문신을 비의료인에게까지 허용함으로써 의료법의 근간을 무너뜨렸다”라며 “특히 의료인만 사용할 수 있는 국소마취제 사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은 법체계 전반에 심각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선례”라고 내다봤다.
비의료인인 문신사는 응급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의사회는 “문신은 혈액 매개 감염, 알레르기 반응, 피부질환, 장기적 부작용 등 다양한 위해 가능성을 안고 있으며, 비의료인이 이런 상황을 진단하고 대처할 역량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이번 법안은 위생관리와 사후관리 책임을 제대로 담보하지 못한 채 오히려 국민 건강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제도적 허점을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국회 복지위는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를 열고 문신사법을 통과시켰다. 문신사법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고 문신사를 전문직으로 인정하는 법안이다. 문신사의 자격 요건과 면허 취득 요령, 보건 규정, 업무 범위 등을 관리·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2대 국회에서 박주민·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문신사법의 복지위 소위를 통과한 직후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문신은 성인 1300만 명이 경험했고, 30만 명이 종사하는 거대한 산업임에도 여전히 국민의 안전과 문신사들의 권리는 법 테두리 밖에 방치되어 있었다”라며 “변호사 시절부터 부당한 처벌을 받던 문신사들을 변호했고, 20대·21대·22대 국회에서 줄기차게 대표 발의하며 노력해온 끝에 드디어 결실의 첫 문을 열었다”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향후 문신사법은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및 전체 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9월 정기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