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다이브⑧] 'AI 우산' 씌우는 신냉전시대⋯한국은 '제 우산' 펼칠까

인공지능(AI) 산업 역시 그 시작과 끝은 사람의 일이다. 희로애락을 느끼는 사람의 감정까지 AI 속에 숨어 있다. 정답이 없기에 글로벌 업계와 세계 속, 그리고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AI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오늘 우리가 알고 있던 기업이 왜 이 같은 선택을 했을까. 그 결과는 언제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AI의 생리와 함께 한국의 미래를 짚어 본다.

각국, AI 매개로 동맹ㆍ질서 재편
美 기술표준 제시하며 영향력 확대
中 공동발전 강조하며 미국 견제
韓 기술 종속 우려 속 자립성 시급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누가 더 똑똑한 인공지능(AI)을 만드느냐”를 놓고 벌이던 경쟁은 이제 “누구의 AI 질서를 따를 것인가”라는 싸움으로 확전되고 있다. 성능과 알고리즘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각국이 자신의 ‘AI 우산’ 아래 더 많은 국가를 끌어들이기 위한 질서 전쟁에 본격 돌입한 것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잇달아 내놓은 AI 전략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AI를 매개로 한 디지털 질서 재편과 동맹 구조 재구성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 패권 경쟁의 핵심은 성능, 알고리즘, 혁신 모델 개발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각국이 자국 규범과 시스템을 중심으로 더 많은 국가와 생태계를 끌어들이려는 표준 전쟁과 영향력 확대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지난달 23일 ‘AI 액션플랜’을 발표하며 AI 반도체부터 인프라, 모델 등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AI 기술 전반을 포괄한 ‘AI 풀스택 패키지’를 동맹국에 수출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미국의 경제를 부흥시킬 것”이라며 “미국은 AI 핵심 기술 분야에서 확고한 세계 선두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같은 전략은 AI 생태계와 기술 표준을 미국과 우방 중심으로 고착화함으로써 중국의 기술적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배타적 동맹 확대 구상으로 해석된다.

이에 맞서 중국은 ‘협력’과 ‘포용’을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 국무원 리창 총리는 26일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개막 연설에서 “AI 기술이 소수 국가와 기업의 독점적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세계AI협력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리 총리는 “AI 핵심 자원과 역량이 일부 국가 및 기업에 집중돼 있다”고 미국을 겨냥하며 “중국은 AI 발전 경험과 기술을 세계 각국, 특히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의 신흥국)에 공유하겠다”며 오픈소스 기반 생태계 확장을 통한 공동 발전을 강조하며 중국이 세계 AI 보급의 중심 역할을 자처했다.

표면적으로는 다자주의를 내세우지만 이는 미국의 고성능 반도체·AI 기술 통제 정책에 맞선 대응이자 중국 중심의 AI 진영 구축을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양국의 전략은 다르지만 결국 더 많은 국가를 자국 생태계 안에 편입시키려는 점에서 맥을 같이한다. 기술 우위를 넘어, AI 질서를 누가 설계하고 확산시킬 것인가를 둘러싼 외교전이 가열되고 있다. 마치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이 무기와 경제 원조로 진영을 확장하던 것처럼 이제는 AI가 총과 탱크를 대신해 ‘기술 진영화’의 수단이 되고 있다.

AI 기술과 생태계를 의존할 경우 동맹국조차도 기술 종속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따르면서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과 기술 자립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협력을 유지하되 자국 중심의 ‘소버린(주권) AI’ 전략을 통해 기술 자립을 확보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미국은 점점 폐쇄형 AI 모델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고 중국은 오픈 소스 모델로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것 같다”며 “우리만의 AI 모델 서비스 영역에서 차별점을 만들어 간다면 지켜나가야 할 것들은 지켜나가면서 구체적 협력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측면에서 다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