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약업계 "관세 피해 100% 美 현지 생산"

▲스위스 바젤의 노바티스 본사. (연합뉴스)

스위스 양대 제약업체인 로슈와 노바티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판매 물량을 전량 현지에서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일간 노이에취르허차이퉁(NZZ)에 따르면 로슈는 미국 생산량을 대폭 늘려 현지 수요를 모두 충족하고 남는 물량은 다른 나라로 수출할 계획이다. 노바티스 역시 주요 제품을 100% 미국에서 생산하고 스위스 등지에서의 대미 수출은 ‘0’으로 줄일 방침이다.

두 회사는 이미 미국에 자회사와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본격화하자 로슈는 500억 달러(약 70조 원), 노바티스는 230억 달러(약 32조 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스위스 제약업계는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와 의약품 품목 관세로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일부터 스위스산 수입품에 39% 상호관세를 부과했으며, 진단 도구 등 의료기기가 대상에 포함됐다. 의약품은 일단 제외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품목 관세를 부과하고 1년 뒤 150%, 이후 250%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제약산업은 생산과 연구개발을 합쳐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2023년 스위스의 대미 수출 가운데 의약품·비타민·진단도구 비중은 57%에 달했다. 로슈와 노바티스는 연구개발과 마케팅 인력은 스위스에 남기겠지만, 관세 부담 속 수출업체들의 해외 이전이 잇따르며 고용시장과 국내 경제에 압박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율관세로 스위스 GDP가 최대 1% 감소할 거라는 전망을 잇달아 내놨다. 기 파르믈랭 경제장관과 엘리자베트 바우메슈나이더 보건장관은 조만간 로슈·노바티스 경영진을 만나 '위기대응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일간 블리크는 전했다.

스위스 정부는 미국과 계속 협상한다면서도 어떤 제안을 했는지는 협상전략이라며 함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카타르처럼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공기를 선물했어야 한다는 등 비아냥 섞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스위스 연방의회 의원들은 8일 제네바에서 열린 양국 의회 협의회에서 미국 의원들에게 39% 상호관세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파비안 몰리나 사회민주당(SP)의원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구도 설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미앵 코티에르 의원 겸 협의회 회장은 “특히 공화당 의원들은 원칙적으로 관세 인상에 동의하면서도 스위스에만 높은 세율을 적용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첫 국가별 상호관세율 발표 당시 무역적자 규모와 수입 가격 탄력성을 반영한 산정 공식을 공개했으나 이후에는 브라질에 정치적 이유로 50% 관세를 부과하는 등 자의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스위스에는 별다른 설명 없이 39% 관세를 부과했으며, 지난해 385억 달러(약 54조 원) 무역흑자를 기준으로 ‘10억 달러당 1%’ 계산법이 적용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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