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협상 초기 한국에 ‘GDP 3.8%’ 방위비 원해”

25일 한미 정상회담서 주요 의제될 듯
WP “한미 협정 초안에 명시”
국방비 지출 50% 가까이 증액해야
“주한미군 유연성 지지 성명도 요구”

▲사진은 한미 해병대 장병들이 6일 KMEP 연합보병훈련 종료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활용 유연성과 방위비 증액 얘기가 나올 것이 유력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관세 협상 초기에 방위비 증액 요구를 고려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미국 정부 내부 문서를 입수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가 공개한 ‘한미 협정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8%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려 했다. 이는 지난해 2.6%에서 1%포인트(p) 넘게 인상된 수치다. 이 방안대로 하면 우리나라는 국방비 지출을 50% 가까이 증액해야 한다.

동시에 주한미군 2만8500명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도 더 늘리기를 기대했다. 현재 한국의 분담금은 연간 약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이상이다.

주한미군 활용 방안을 넓히는 것도 구상했다. 초안에는 “대북한 억지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을 더 효과적으로 억제하고자 주한미군의 군사태세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을 지지하는 성명을 한국이 발표한다”는 요구가 명시됐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주한미군의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미국에서 나오던 얘기로, 트럼프 행정부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이 실제로 한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초안에 담긴 것들을 요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우상호 용산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기자회견에서 방위비 문제가 협상 목록에 포함됐다고 인정했지만, 이틀 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합의를 발표하면서도 방위비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관세 합의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데다 25일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하기로 하면서 방위비와 주한미군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과 라이언 도널드 유엔사·연합사·주한미군사 공보실장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한미 공동브리핑에서 주먹을 마주대고 있다. (서울/AP연합뉴스)

WP는 이번 초안을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단순히 경제적 효과만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애초 알려진 것보다 더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국가안보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입수된 정부 내부 문건에선 행정부 관계자들이 대만과 인도,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 국방 지출을 늘리거나 더 많은 미군 장비를 구매하도록 압박할 계획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의 웬디 커틀러 부회장은 “무역 협정에서 이런 종류의 요청을 본 건 처음”이라며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을 때는 이런 문제를 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필립 럭 박사는 “국가들은 이것을 단순한 경제적 경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탈퇴하거나 주둔군 배치를 변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러한 국가 안보적 우려는 대부분 국가가 미국산 제품에 관세 보복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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