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31일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참석
룰라 “브릭스 정상들과 공동 대응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와 제재 위협에 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 등 브릭스(BRICS)를 이끄는 4개국 정상이 공조 모드에 나선다.
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 정부가 현재 러시아의 석유를 직간접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인도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신규 관세는 21일부터, 이전에 부과된 25% 관세는 7일부터 발효된다.
이에 인도는 50%로 미국이 교역하고 있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를 맞게 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1998년 인도의 핵실험에 대응해 제재를 부과한 이후 양국 관계가 가장 악화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인도의 최대 무역파트너여서 인도 경제에 막대한 타격이 우려된다. 지난해 인도는 대미국 수출이 873억 달러(약 120조 원), 무역수지 흑자는 458억 달러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에너지의 또 다른 주요 수입국인 중국에 ‘2차 관세 제재’를 부과할 가능성도 열었다. 트럼프는 “러시아산 석유를 직간접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다른 국가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해당 국가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와 범위를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출분의 38%를, 중국은 47%를 각각 사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중국에 2018년 6월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발걸음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디 총리는 31일 개막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톈진을 방문한다.
중국과 인도는 국경선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지만 양국 모두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도는 동병상련인 러시아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국방·안보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찾았다. 러시아도 3년 넘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휴전하라는 압박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는 처지다. 인도와 러시아 산업장관은 이날 알루미늄과 비료, 철도, 광산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의정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고강도 관세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브라질도 브릭스 간의 결속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9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쿠데타 모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것을 비난하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고 실제로 같은 달 30일 브라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50%로 상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밖에 지난달 주요 교역상대국들을 상대로 무역 협상을 벌이면서 “브릭스의 반미정책을 따르는 국가들은 추가로 10% 관세를 부과받을 것”이라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미국 관세에 대한 공동 대응 가능성 모색을 위해 브릭스 정상들과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중국과 인도에 먼저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자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디 총리와 별도 정상회담을 갖고 상호 교역량을 현재의 세 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트럼프와의 무역전쟁에 맞서는 선봉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브릭스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10개 신흥 경제국으로 구성된 비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다. 2001년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이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이 빠른 경제성장으로 세계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4개국의 앞 글자를 따서 ‘브릭(BRIC)’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다.
이후 2009년 첫 번째 4개국 정상회의가 열려 실질적인 상호협력 강화가 논의되기 시작했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합류하면서 지금의 ‘브릭스(BRICS)’가 됐다. 이어 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아랍에미리트·인도네시아 등이 추가로 합류하면서 주요 7개국(G7)을 견제하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의 협력체로 성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