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놀러 간다는 연인, 걸러야 하나요?"
"○○ 바다에 방사능이 있다는데…"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 국내 주요 관광지들이 이런저런 '말'에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혐오에 기반을 둔 밈(meme)과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다룬 영상이 지역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하고 있는 건데요. 단순히 온라인상에 떠도는 '괴담'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이 여파로 지역경제가 피해를 보고, 그 피해도 실제 수치로 드러나고 있어 우려를 자아냅니다.
특히 젊은 층 사이 회자되는 자극적인 밈은 루머를 유머로 포장한 채 빠르게 퍼지고, 유튜브와 커뮤니티 기반의 허위 정보는 지역에 대한 혐오와 공포를 증폭시키는데요. 무심코 소비한 말 한마디, 영상 하나가 지역경제와 공동체엔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는 실정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원 양양군에 씌워진 오명입니다.
동해 맑은 바다, 설악산의 풍성한 자연이 공존하는 양양은 힐링은 물론 다양한 즐길 거리를 자랑합니다. 바다에서의 여유는 물론 계곡, 산에서의 쉼도 가능한 국내 대표 피서지죠.
그런데 2023년을 전후로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의 허위 정보가 제기된 건데요. 양양이 '유흥의 성지'(?)라는 주장이 요지입니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성 관련 루머는 물론 인종 차별적인 요소까지 내포한, 수많은 종류의 허위 사실이 끊임없이 등장했죠. 심지어는 '마약을 하더라', '성범죄가 일어났다더라' 등의 실체 없는 괴담도 돌았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양양 가면 믿거(믿고 거른다)'라는 조롱 섞인 신조어도 나온 실정입니다.
김성수 부산 해운대구청장조차(?) 양양에 대한 비하성 발언을 내놔 논란이 됐습니다. 김 구청장은 최근 기자들과의 비공식 간담회 자리에서 '양양은 서핑이 아니라 불장난하러 가는 곳'이라거나 '호주 워킹홀리데이 다녀온 여자는 만나지 말라'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죠.
강원 양양군청 공무원 노조는 성명을 내고 "양양은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해안 지역으로 수많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곳"이라며 "지역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을 기반으로 한 발언이 공공연히 오갔다는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고요. 최재민 국민의힘 강원도의원(원주4)도 성명을 통해 "특정 지역과 여성 청년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국민의 상식과 윤리에 반하는 행위"라며 "양양군민, 강원도민, 대한민국 여성 청년에게 즉각 공식으로 사과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진태 강원지사도 "해운대나 양양이나 모두 소중한 대한민국의 관광 자원인데 이런저런 문제가 많다는 말을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유감을 표했죠.
결국 김 구청장은 입장문을 내고 "지역이나 여성을 비하하거나 폄훼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 "공직자로서 언행에 더욱 신중을 가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양양을 삶의 터전으로 둔 이들의 마음은 완벽히 치유되지 못했을 겁니다. 이 같은 허위 사실들이 지역 이미지를 훼손함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직접 회의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실로 양양을 찾는 관광객 수는 2023년부터 줄어들고 있습니다. KT 빅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양양군을 찾은 외국인을 포함한 외지인 관광객 수는 약 1582만5570명으로 전년 대비 약 5.97%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죠.
또 지난해 양양군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69만1160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약 10% 감소했는데요. 같은 기간 동해시 등 인근 지역 해수욕장 피서객 수가 증가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인천 강화군은 지난달부터 방사능 의혹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부 인터넷 매체와 유튜브 채널이 황해북도 평산 우라늄 공장 인근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핵 폐수가 방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한 게 시발점이었는데요. 이후 유튜버들이 강화군 해변을 찾아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수치를 자체 측정한 모습도 공개됐습니다. 이들은 '기준치의 8배에 달하는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취지의 내용의 영상을 게시했고, 시민들의 불안감이 확산하기 시작했죠.
논란이 확산하면서 정부도 나섰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 조사에서는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죠. 정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해양수산부·환경부 합동으로 강화도와 한강 하구 등 10곳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고 18일 발표했는데요.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 발견됩니다.
실제 피해도 수치로 드러나는데요. 강화군 내가어촌계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관내 최대 어판장인 외포항젓갈수산물직판장 내 13개 점포의 7월 매출액은 전월 대비 57%가량 감소했습니다. 방문객 수도 6월 9311명에서 7월 4270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죠.
박용철 강화군수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유튜브발 괴담이 지역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가 보다 강력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 근거 없는 허위 정보 확산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양군, 강화군은 이번 사태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전화위복'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는데요.
양양군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환경부 자료를 근거로 양양은 초미세먼지 농도 8.8㎍/㎥로 공기 질이 전국 1위 도시로 선정된 사실을 강조했죠. 여기에 지난해 행정안전부 3분기 생활인구 산정 결과를 인용, 양양은 등록인구 대비 체류인구가 약 28배가 넘는 79만2000여 명을 기록해 생활인구 전국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습니다. 가짜 뉴스를 바로잡으며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머무는 대한민국 대표 청정 도시라는 가치를 알리겠다는 포부죠.
인천시는 강화도 해역 바닷물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분석 결과를 시민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또 추석 명절에 강화군 풍물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추진하고 수산물(새우젓) 직거래장터 할인 행사, 강화 지역 어촌마을 홍보 영상 제작·배포에 나설 계획인데요. 유정복 인천시장도 "해수 분석과 수산물 안전성 검사에서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인천 강화군의 청정 섬과 어촌마을에 더 많은 방문객이 찾아주기를 기대한다"고 관심을 독려했습니다.
여기에 일부 상인의 안일한 대응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진 지역도 많습니다. 최근 1인 손님에게 타박을 줘 '불친절 논란'에 휩싸인 전남 여수시의 한 식당을 기억하시나요? 영상이 화제가 되자 온라인상에서는 '같은 식당에서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는 공감부터 '여수 맛집도, 여행도 안 가야겠다' 등 지역 전체에 대한 비난까지 나왔는데요. 결국 여수시가 공식 입장을 내고 불친절 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 매뉴얼을 마련했다고 밝혔죠.

이 같은 사례는 지역 이미지에 쉽게 균열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자극적인 콘텐츠 하나로 특정 지역이 조롱이나 회피의 대상이 되기에 십상인데요. 일부 업주들의 상술이나 아쉬운 대처가 순식간에 확산, 지역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여론 형성 구조에서는 사실관계 확인이 채 이뤄지기도 전에 빠르게 정보가 확산할 수 있죠. 특히 유언비어나 괴담은 사실보다 빠르게 확산합니다. 공포나 분노, 놀라움 등 강한 감정을 자극하는 메시지는 본능적으로 눈길을 더 잘 끌기 때문입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 및 자정 노력과 함께 콘텐츠 유통 채널의 책임감이 필요한 시점인데요. 특히 '조회 수'를 좇는 일부 콘텐츠 창작자들에게는 자신이 만든 영상 하나가 누군가의 삶과 지역 전체에 어떤 파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요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