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EO ‘가장 위태로운 자리’ 전락…교체 주기 20년 사이 가장 빨라

S&P500 기업 CEO, 올 들어 최소 41명 사임 포춘 “상반기 퇴임 CEO 통계 집계 후 최대치” “CEO 자리, 긱이코노미 일자리처럼 변하고 있어” 불확실한 환경 속 성과·행동주의 투자자 압박 ‘미투 운동’ 이후 윤리 기준 강화도 배경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미국 기업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CEO) 자리가 가장 위태로운 직책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S&P500 기업의 CEO 교체율이 20년 만에 가장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또 올 상반기에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CEO가 자리를 떠났다는 분석도 나왔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기업 임원 경제연구기관 콘퍼런스보드와 데이터분석업체 이에스게이지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S&P500 기업 가운데 최소 41명의 CEO가 물러났다. 이는 작년 전체 교체 규모인 49명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다. 추세가 계속된다면 2005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연간 교체 비율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전날 소비재기업 P&G는 존 몰러 CEO 후임으로 샤일레쉬 제쥬리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명했다. 포춘도 이날 채용전문 컨설팅업체 챌린저그레이&크리스마스의 자료를 활용해 "올 상반기 미국 기업 CEO 퇴임 건수가 1235명으로 전년비 12% 증가했으며, 데이터를 집계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포춘은 또 상반기 새로 임명된 CEO 가운데 33%가 임시직으로 이는 전년 동기의 9%에서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알렸다. 챌린저는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임시 CEO에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빠른 교체가 너무나 흔해져 CEO 자리마저 ‘긱 이코노미(임시직 경제)’ 일자리처럼 변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렇게 CEO들이 단명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누적된 경제적·사회적 변화들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높은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불안정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이 CEO의 업무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이는 기업은 행동주의 투자자의 압박에 더욱 취약하게 됐다. 실제 콘퍼런스보드의 작년 11월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CEO를 교체한 S&P500 기업의 거의 절반(42%)이 총주주수익률(TSR) 기준 하위 25%에 속했다.

가령 14일 타이레놀을 만드는 켄뷰는 약 2년 전 존슨앤존슨에서 분사한 후 주가가 16% 넘게 빠지자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고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 티보 몽공 CEO를 교체한다고 전격 밝혔다.

컨설팅사 재스퍼 스트리트의 피터 다 실바 빈트 파트너는 “CEO 해임 시도는 회사 전략이 실패했다는 인식을 전달하는 국민투표처럼 돼가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전달되는 메시지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주주 행동주의와 실적 부진 외에도 지난 10년간 다양성 증대에 초점을 맞춘 이사회의 구성 변화도 CEO 교체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이사회는 더 큰 독립성을 확보해 CEO를 더 강하게 통제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미투(Me Too) 운동’ 이후 비윤리적인 행동에 대한 사회적 관용이 줄어든 것도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다 실바 빈트 파트너는 “평판 리스크와 기업문화가 회사의 장기적인 가치에 중요해졌다”면서 “오늘날 이사회는 정책을 강제할 뿐만 아니라 주주·직원·대중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경영진을 과감하게 해고하는 데 훨씬 더 적극적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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