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韓 증시, 오천피 향한 마지막 퍼즐은 ‘글로벌 경기회복’ [K-5000 청사진①-2]

자본시장 개혁에 코스피 3년 11개월 만에 최고치
국내 증시 글로벌 경기와 연동
美 금리 동결·트럼프 관세·中 수출 공세, 상승세에 제동 우려

한국 증시가 ‘코스피 5000포인트(p)’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단순한 숫자의 돌파를 넘어 코스피 5000p는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구조적 체질 개선을 이루지 못한다면 5000p는 허상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본지는 △글로벌 환경 △기업 체질 △투자 주체 △외국인 신뢰 △주도주 변수 등 다섯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코스피 5000시대의 실현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

한국 증시가 ‘오천피(코스피 5000포인트ㆍp)’를 향한 항해에 나섰다. 자본시장 개혁 정책이 항해를 이끄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정책만으로는 거센 파도를 넘기 어렵다. 글로벌 경기 회복, 무역 정상화, 금리 인하 같은 ‘순풍(順風)’이 함께 불어야 오천피는 비로소 현실이 된다. 한국 증시는 글로벌 경기와 연동성이 높은 만큼, 세계 경제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오천피는 구호에 그칠 수 있다. 정책 모멘텀이 단기적으로 지수를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마지막 퍼즐은 글로벌 경기다. 코스피 5000p를 향한 성공적인 항해는 결국 ‘글로벌 경기 회복’이라는 순풍에 달려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는 33% 상승했다. 지난달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자본시장 정상화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내 증시의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15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서 의결됐다. 앞서 9일에는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불공정 거래 근절 대책을 발표하는 등 제도 개선이 잇따르며 투자 심리가 되살아났다.

상승 탄력을 받은 증시는 15일 3215.28을 기록하면서 2021년 8월 11일(종가 3220.62) 이후 약 3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사상 최고치였던 3305.21(2021년 7월 6일)도 연내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계 투자은행 JP모건이 2년 내 코스피가 5000p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글로벌 경기 상황이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고율의 관세 정책은 한국 수출 기업에 악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4월 2일을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칭하며 상호관세제 도입을 발표했다. 이후 철강, 배터리,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25%에 달하는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이 같은 보호무역 강화 기조를 반영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2.8%)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9%)도 성장률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교역량 위축과 무역 마찰 재점화 가능성이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소비 둔화 조짐도 악재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7% 상승하며 4개월 만에 반등했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은 인플레이션 경계심을 자극하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으로 연결된다. 글로벌 긴축 기조는 한국 증시에 부담이다. 미국 등 주요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어려워 증시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유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4차례 연속 동결 결정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고물가와 고용시장의 견조함 속에서 아직 인하에 나설 상황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의 금리차는 최대 2.00%p로 벌어진 상태다. 미국의 고금리가 지속할 경우 환차손 리스크를 피하려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 주식·채권 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

중국 경기 침체도 불안 요소다. 경제 정상화 이후에도 소비 회복은 지지부진하고 부동산 부채 리스크는 장기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내수 부양보다 수출 확대에 무게를 두며 보조금과 가격 덤핑을 동반한 ‘공급 과잉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철강·화학·배터리 등 한국의 주력 산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조다.

이처럼 관세, 글로벌 경기침체, 긴축 정책 등 변수가 많지만, 국내 증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낙관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으로 한국 선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5% 수준으로 비슷한 수준의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의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2~1.5배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코스피는 3600p에서 4500p까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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