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미쓰비시중공업 무게 실려
방산업계 "KAI, 외교채널 접촉"
호주 장갑차처럼 기술협력 가능

일본 항공자위대 T-4 중등훈련기 교체 작업이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가운데, 한국 방산업체 참여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기술 협력 방식으로 간접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 산하 방위장비청은 5월 8일 T-4 후계기 선정을 위한 정보제공요청서(RFI) 접수를 마감했다. 접수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현재 방위장비청 측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FI를 받은 업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보잉의 T‑7A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M‑346 △KAI의 T-50 고등훈련기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과의 공동 개발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2024년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미국과 신형 훈련기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고 전해지면서, 미국이 차세대 고등훈련기로 개발 중인 T-7A의 파생형을 일본이 들여오며 공동 개발로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최근에는 미쓰비시중공업의 T-X에 무게가 실리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일본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기조를 지목한다.
특히 미쓰비시중공업이 5월 말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방위산업무기박람회(DSEI) 재팬 2025’에서 자사 훈련기 콘셉트 모델 ‘T-X’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한 점도 의도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KAI도 DSEI에서 홍보전을 펼쳤지만, 일본이 자국 산업을 우선하는 만큼 미쓰비시중공업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1988년부터 운용돼 노후화 정도가 심한 T-4는 교체 논의가 10여 년 전부터 제기됐던 터라 최종 선택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미국이 올해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서 보잉을 선택한 것처럼 일본도 미쓰비시를 밀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올해 차세대 전투기(F-47) 사업자로 보잉을 선정했는데, 이를 두고 미국 정부가 사실상 자국 기업을 지원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보잉이 민수 사업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자, 정부가 사실상 지원에 나섰다는 건데 일본도 유사한 이유로 미쓰비시중공업을 밀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본의 자국 우선 기조 속에서도 KAI 참여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 장갑차 호주 수출 사례처럼, 기술협력 방식으로 간접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은 주요 구성품의 약 80%가 외국 부품인 대표적인 글로벌 협업 사례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KAI는 일본 방산 관계자와 외교 채널을 통해 열심히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이번 T-4 후계기 사업을 위해 한국방외교협회에 협조를 요청하거나, 일본 무관을 경남 사천 공장에 초청하는 등 상당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T-4 후계기 사업과 관련해서는 T-50 공동 개발사인 미국 록히트마틴도 협상 테이블에서 중심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T-4는 항공자위대가 조종 훈련용으로 쓰는 2인승 복좌형 기체다. 1988년부터 운용 중이라 기체 노후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5월 중순에는 T-4 훈련기가 일본 아이치현 고마키 항공자위대 기지에서 이륙했다 추락해 탑승자 두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으로는 기체 노후화가 제기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