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손실 1년새 500억원 줄어...할인전·안심정산 도입
차별화 서비스 통해 외형 성장보다 '강소 플랫폼' 구상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이자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현수 11번가 대표이사가 새로운 구원투수로 나섰다. 취임 3개월 차에 접어든 박 대표는 매각 불발 이후 몸집을 줄여 고정비용을 낮추고 수익성을 개선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 그는 특히 고객 및 판매자(셀러)를 위한 신규 사업 모색과 서비스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20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8년 11번가 경영관리실장, 최고사업책임자(CBO) 등을 역임하며 회사의 체질 개선을 주도해왔다. 1969년생인 그는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MBA를 취득한 재무전문가다. 그는 재무 분야의 오랜 경험을 기반으로 오픈마켓 부문에서 작년 3월부터 13개월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는 등 '질적 성장'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표는 4월 전임자인 안정은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CBO에서 대표이사 책무를 맡게 됐다. 그는 대표이사 취임 일성으로 11번가의 경쟁력 강화와 전체 EBITDA(상각전영업이익) 흑자 달성을 세부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박 대표는 11번가를 당장 외형을 키우기보다는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강소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인력 구조조정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졌다. 비용절감을 위해 직매입 대신 오픈마켓 비중도 늘렸다. 그 결과 2023년 약 1258억 원이었던 영업손실은 약 754억 원까지 줄었다. 같은 기간 약 1313억 원이었던 당기순손실도 932억 원까지 감소했다.
박 대표는 현재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보편화한 자체배송 서비스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슈팅배송’과 '주 7일 배송'을 도입해 물류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슈팅배송의 경우 대상 지역을 기존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장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 힘을 싣고 있다. 아울러 중소판매자를 대상으로 안심정산 서비스를 도입, 판매자와의 상생 및 신뢰를 구축했다.
대규모 할인전과 멤버십 강화 등을 통한 고객 유치 전략에도 주력하고 있다. 연중 최대 행사인 ‘그랜드십일절’도 연간 두 차례로 확대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5월) 진행된 그랜드십일절에는 모바일 앱 기준 총 2200만 명이 방문했고, 신규 고객 11만 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티메프 사태’로 크게 곤욕을 치른 여행 상품 구매자들이 대거 이동하면서 관련 수혜도 일부 누리고 있다. 올해 3월부터 3개월간 여행카테고리 거래액이 1년 전과 비교해 39% 증가했다.
박 대표의 어깨는 지금 제법 무겁다. 내부에선 희망퇴직과 매각 불발 등으로 인한 직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신사업과 서비스 개선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대외적으론 신뢰도 구축이 중요하다. 앞서 티몬·위메프가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신뢰도 하락과 이용자 이탈로 이어진 바 있어서다. 단일기업의 위기를 넘어 오픈마켓 전반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터라, 박 대표는 행보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 모든 어려움을 타개할 궁극적인 해결책은 결국 업의 본질인 고객과 판매자에게 있다고 본다. 그는 대표이사 취임식 당시 “고객과 셀러의 만족을 기업 경영의 중심에 두고자 한다”며 “올해를 전사적 흑자와 성공적 턴어라운드를 기록하는 해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