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세액공제 혜택에 업계 반응 미지근
직접환급제 등 현실에 맞는 제도 필요성 제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이차전지 분야에 생산세액공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업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외에 생산기지를 두거나 적자를 이어온 기업은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직접 환급제 도입 등 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반도체와 이차전지 분야에 생산세액공제를 우선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미국처럼 국내 생산과 투자를 유도하고 공급망 밸류체인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냉담하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는 내수 시장 안에서 생산과 판매가 모두 가능한 구조라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유도하는 법인데 이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업계는 ‘국내 생산분에 한정한 세액공제’ 방침에 주목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대부분의 생산 거점을 해외에 두고 있다. 배터리는 무게와 부피가 커 운송이 까다롭기 때문에, 해외 완성차 업체 인근에서 생산하는 구조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청주 외에도 중국 남경, 미국 미시간, 폴란드 브로츠와프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SDI는 울산과 천안 외에도 미국, 헝가리, 오스트리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 등에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SK온 역시 서산 외에 헝가리, 미국, 중국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국내와 해외의 생산능력(캐파) 비중은 약 4대 100 수준이다.
이 때문에 김 후보자의 세액공제가 국내 생산분에만 적용될 경우 정작 국내 배터리 대기업들은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생산에 한정하면 주요 업체들이 사실상 제외된다”고 말했다.
세액공제 제도 자체의 구조적 한계도 지적된다. 세액공제는 납부할 법인세가 있어야 적용되는데 적자 기업은 법인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세액공제도 무의미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IRA에 따라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한 물량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를 받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적자다. 2022~2024년 연간 영업손실은 각각 6765억 원, 3189억 원, 2조3051억 원에 달한다.
SK온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이 1조726억 원, 5818억 원, 1조865억 원에 이른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근 자료를 통해 “배터리 산업은 투자 후 수익이 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수익률도 낮다”며 “세제 지원이 강화됐지만 방식의 한계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영업이익과 무관하게 세액을 현금으로 환급받는 ‘직접환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생산세액공제와 투자세액공제 중 유리한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적자 상태에서는 생산세액공제 효과가 없기 때문에 초기 투자에 대한 공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세액공제 혜택을 다른 주체에 양도할 수 있는 ‘제3자 양도 제도’ 도입도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