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 내 수행평가' 방침에…"일제식 고사 전락 우려"

학교 현장의 자율성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부담 줄이기 위해선 '총량 조절' 우선이라는 지적

(이투데이DB)

교육부가 2학기부터 중·고등학교 수행평가를 수업시간 내에서만 실시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교사들과 학부모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번 조치가 오히려 수행평가를 일제식 고사로 전락하게 하는 동시에 교사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5일 중등교사노동조합이 최근 전국 중·고등학교 교사 25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1%가 수행평가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개선 방향으로는 '수행평가 횟수 축소 및 난이도 조정'(59.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전면 폐지'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19.8%로 뒤를 이었다. 대다수 교사가 수행평가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그 방식에서는 교육부 지침과 차이를 보인 것이다.

교육부는 최근 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도입 취지를 더 잘 살리기 위해 수행평가 운영 방식을 올해 2학기부터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수행평가는 암기 위주 지필평가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차원적 사고 능력 발달을 돕기 위해 도입됐으나,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에 교육부는 모든 수행평가를 수업시간 내에 이뤄지게 하고 시도 교육청이 매 학기 시작 전 모든 학교의 평가 계획을 면밀히 점검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부모의 도움 등 외부 요인 개입 가능성이 큰 과제형 수행평가나 과도한 준비가 필요한 암기식 수행평가가 운영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수행평가가 일제식 고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수업시간 내에 일괄적으로 수행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결국 일제고사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학생들의 창의성을 기른다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 대한 제대로 된 파악 없는 형식적 조치란 지적도 제기됐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부의 수행평가 개선안은 헛다리 짚기에 불과하다"며 "과제형 수행평가, 과도한 준비가 필요한 암기형 수행평가 지양 원칙은 이미 학교 현장에 적용 중"이라고 밝혔다.

현장의 자율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행정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교사노조는 "교육부는 학교 자체점검표 활용과 시도교육청의 단위학교 평가계획 점검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며 "과도한 사전 점검 중심의 방식은 학교에 새로운 행정 부담만을 안길 가능성이 크고, 교육 활동의 질적 향상보다는 문서 행정 위주의 ‘감시 체계’로 기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수행평가 자체를 줄이는 '총량 조절'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중등교사 노조 관계자는 "수행평가의 횟수와 비율을 줄여 교사와 학생의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며 "교육부에서 수행평가 비율과 논술형 비중 등을 강제하고 있으니 최소 3개 이상의 수행평가를 할 수밖에 없고, 학생들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사이에서도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표는 "수행평가 방식은 교사와 학생들이 정하면 되는 것이지 교육청, 교육부에서 일률적으로 수행평가 방식을 정하거나 그 비율을 강요하는 것이 난센스"라며 "교육과정 운영과 평가 등은 학교 안 선생님에게 일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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