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항체부터 TPD까지…ADC ‘독성·내성’ 잡아라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항체약물접합체(ADC)는 암세포를 정확히 표적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독성과 내성 등 부작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다. 이에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항체, 페이로드(약물), 링커 등 ADC를 구성하는 각 요소의 개발을 통해 한계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2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ADC 항암제 ‘엔허투’가 유방암 1차 치료를 평가한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의미 있는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입증하며 1차 치료제 진입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ADC는 주로 2차‧3차 치료제로만 사용돼 왔지만, 앞으로는 초기 치료제로 사용 범위를 확대하고 후속 치료 시장에서는 독성을 비롯해 내성 환자에 대한 효과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ADC는 항체가 암세포를 표적하고, 약물을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구조다. 기존 항암제보다 타깃을 정확히 표적하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약물의 독성과 내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ADC 개발이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치료제가 10여 개에 불과한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 구성 요소를 고도화하기 위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항체 부문에서는 기존 단일 항체에서 벗어나 두 가지 이상의 표적을 동시에 노리는 이중항체, 다중항체 구조로 진화 중이다. 이 방식은 종양 내 다양한 단백질을 동시에 공략해 치료 효율을 높이고, 내성도 줄인다. 단일항체를 사용하면 암세포가 표적 항원을 없애거나 변형시켜 항체가 암세포를 인식하지 못해 내성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이중항체는 두 가지 항원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어 내성 발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페이로드 부문에서는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에서 표적단백질분해(TPD), 방사성동위원소, 면역조절제 등 다양한 방식의 페이로드가 연구되고 있다. 부작용이 덜하거나 암세포를 더욱 정교하게 사멸시키는 방식을 통해 단순히 암세포를 공격하는 수준을 넘어 암세포 선택성, 작용기전 다양화, 내성 극복에 초점을 맞췄다.

두 개 이상의 페이로드를 결합한 이중 페이로드 ADC도 개발이 활발하다. 이 기술은 치료 저항성을 줄이고, 서로 보완적인 작용기전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또한 단일 페이로드로는 공략이 어려운 종양의 이질성까지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항체와 페이로드를 연결하는 링커는 혈중에서 약물의 안정성과 암세포에서 정확한 방출 시점을 좌우한다. 링커가 약하면 혈중에서 약물이 새어 나가 부작용이 생기고, 반대로 너무 강하면 암세포 내에서도 방출되지 않아 효과가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건 반응형 링커, 절단형 링커, 폴리머 기반 링커 등 암세포 내에서만 약물을 방출하는 정밀한 링커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 밖에도 피하주사(SC) 등 다양한 제형 개발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한 ADC 기업 대표는 “독성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페이로드를 선택하느냐다. 결국 정상 세포가 견딜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항체는 독성 조절보다는 내성 감소에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링커는 항체나 페이로드에 비해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독성이 강한 페이로드를 사용할 땐 매우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ADC는 여전히 개발 난도가 높은 영역이지만,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고도화해 가는 방식으로 독성 극복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며 “향후 다양한 병용요법과 정밀 설계를 통한 차세대 ADC가 암 치료 패러다임을 다시 한번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