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이 되면 생각나는 생선이 있습니다. 바로 ‘장어’입니다. 흔히들 장어 하면 기력 회복을 위한 단순 보양식으로 떠올리지만 실제 이 시기의 장어는 맛과 영양 모두 절정에 이릅니다. 비단 건강뿐 아니라 맛까지 일품이라는 얘기죠. 오늘은 한국인의 보양식 장어에 대해 알아보고 옆나라 일본과는 어떤 음식 문화의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장어는 여름철 대표 보양식으로 잘 알려졌지만 그중에서도 6월은 특히 장어의 품질이 뛰어난 시기입니다. 왜냐하면 이때가 장어가 산란을 준비하며 몸속에 기름을 가장 많이 채워두는 시기이기 때문이죠.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잡히는 장어는 육질이 단단하고 기름기가 많아 고소한 맛이 극대화됩니다.
장어에는 비타민 A·비타민 B군·칼슘·불포화지방산·뮤신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습니다. 이 성분들은 더위에 지친 몸의 피로를 풀어주고 면역력까지 높여주는 효과가 있죠. 한의서인 ‘동의보감’에서도 장어는 “기운을 돋우고 기력을 보강한다”고 적혀 있을 만큼 예로부터 인정받은 천연 보양식입니다.
특히 장어는 빈혈이 있는 분들이나 수험생·직장인·갱년기 여성·노년층에게 추천됩니다. 장어 특유의 기름진 맛은 부추·생강·된장국 등과 함께 곁들이면 더욱 소화가 잘되고 균형 잡힌 식사가 가능합니다.

일본에서 장어는 두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민물장어는 ‘우나기’, 바다장어는 ‘아나고’입니다. 생김새부터 조리법까지 확연히 다르지요.
우선 ‘우나기’는 우리나라의 풍천장어와 비슷한 민물장어로 주로 강이나 저수지에서 서식하며 몸에는 비늘이 있고 구이용으로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뜨거운 불 위에서 껍질이 바삭할 때까지 직화로 구워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간장과 설탕으로 만든 달짝지근한 양념을 반복적으로 발라가며 굽는 ‘가바야키’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반면 ‘아나고’는 바다에서 서식하는 붕장어로 살이 부드럽고 지방이 적어 가볍고 산뜻한 맛이 특징입니다. 비늘은 거의 없고 통통한 몸체를 자랑합니다. 주로 초밥의 고명이나 구이·조림·탕으로 많이 활용됩니다. 일본에서 ‘우나기’는 진한 풍미의 고급식사로, ‘아나고’는 보다 가볍고 일상적인 요리로 즐겨집니다.

한국에서는 장어를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여깁니다. 체력 보강이 필요한 계절이나 특별한 날에 가족과 함께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죠. 장어구이·장어탕이 대표적인 메뉴입니다. 특히 ‘풍천장어’는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역에서 자연산으로 잡히는 장어로 그 맛과 영양이 뛰어나 전국적으로 이름난 장어 브랜드가 됐습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장어가 고급 외식문화로 발전했습니다. 에도시대(17~19세기) 도쿄인들 사이에서는 장어구이가 유행하며 고급 간식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도 ‘우나쥬(장어덮밥)’·‘히츠마부시(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장어덮밥)’ 등 형태로 세련되게 발전해왔습니다.
장준우 푸드칼럼니스트는 '푸드 오디세이'에서 “에도시대 장어는 복잡한 요리법과 화려한 양념을 더 해 고급 요리로 격상됐고 계절을 음미하는 문화와도 맞물려 일본인의 음식 문화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민물장어(우나기)의 습성은 야행성입니다. 낮에는 진흙 속이나 돌 밑에 숨어 있다가 해가 지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몸이 미끄럽고 유연해서 좁은 틈 사이를 잘 드나들어요. 그래서 낚시할 때 입질을 예측하기가 까다롭죠. 회귀성 어류로 강에서 자라다가 바다로 나가 산란하는 독특한 생태를 가졌습니다. 습한 환경을 좋아하고 산소가 부족한 물에서도 비교적 잘 살아남는 생물입니다.
또 바다장어는 바다 밑 모래와 진흙이 섞인 곳을 좋아하고 역시 야행성이 강합니다. 움직임이 빠르고 민첩해 그물이나 낚시로 잡기 어려운 편이죠. 민물장어보다 몸집이 크고 살이 부드럽고 지방이 적은 것이 특징이에요.
생김새가 특이한 탓에 손질이 까다롭지만 요즘은 손질된 장어가 많이 판매되고 있어 집에서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습니다. 숯불에 구워 먹는 소금구이도 좋고 양념을 입혀 오븐이나 프라이팬에 구워 먹는 것도 대중적입니다. 민물장어는 구이로, 바다장어는 조림이나 탕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회로도 즐기는 지역도 있습니다.
장어를 즐길 땐 함께 곁들일 음식도 중요합니다. 부추나 생강은 장어의 기름기를 잡아주고 된장국은 소화를 돕습니다. 더불어 술안주로도 제격이라 요즘 같은 더위에 소주 한잔 곁들여도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