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 한가운데, 카드가 태어나는 곳 '현대카드 팩토리' [가보니]

현대카드 정체성 담은 도심 속 공장
산업혁명 모티브로 '금융자본' 시각적으로 재현
자동화된 설비로 직원 30명이 발급부터 포장까지

▲15일 여의도 현대카드 3관에 있는 카드 공장 '현대카드 팩토리'의 입구. (임하은 수습기자 hey@)

대한민국의 금융 중심지 여의도. 고층 빌딩 숲 사이 현대카드 3관 건물 10층에 들어서자 뜻밖의 풍경이 펼쳐졌다. 사무실 책상 대신 기계로 채워진 이곳은 카드가 만들어지고 있는 공장이다.

17일 현대카드의 실물카드를 10년째 생산해 온 ‘현대카드 팩토리’를 찾았다. 현대카드는 이곳을 단순한 생산 시설이 아니라 '아날로그 설치미술'이라고 정의한다. 숫자로만 논의되던 추상적인 ‘금융자본’을 기계라는 ‘산업자본’의 상징을 통해 시각적으로 재현했다.

그 의미에 맞춰 산업혁명의 작업현장을 본떠 공간을 디자인했다. 천장에 설치한 수십 개의 거대한 굴뚝 모양 창문도 그중 하나다. 과거에는 이곳에서 신규 카드 수령과 공장 관람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15일 여의도 현대카드 3관에 있는 카드 공장 '현대카드 팩토리'의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통유리 공간. (임하은 수습기자 hey@)

1만1902㎡(약 3600평)에 달하는 공장을 채우고 있는 직원은 단 30명뿐이다. 위생복과 마스크로 무장한 여느 공장과 달리 현대카드 팩토리 직원들은 편안한 후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기계 사이를 오간다. 보여주기식 시설이라는 오해도 받지만, 현대카드의 카드 발급량의 90% 이상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연간 1000만 장 이상의 카드를 찍어낼 수 있고, 하루 평균 2만5000장에서 3만5000장의 카드를 생산 중이다.

공장 한가운데에 있는 통유리 공간 ‘글라스 박스’에서 전체 공정을 한꺼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제조 공정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물 흐르듯 이어진다. 왼쪽부터 △공(空)카드 픽업 △발급 △검수 △패킹(포장)의 4단계로 진행된다. 서른 명이라는 직원의 수가 보여주듯 사람의 손이 필요한 공정은 많지 않다.

▲15일 여의도 현대카드 3관에 있는 카드 공장 '현대카드 팩토리'에서 한 직원이 발급 공정의 기계를 보고 있다. (임하은 수습기자 hey@)

먼저 왼쪽 벽에는 수백 종의 공(空)카드가 벽면 가득 펼쳐져 있다. 다양한 색과 디자인의 카드 때문에 공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이다. APS(Auto Picking System)라는 이름의 기계가 인형뽑기 기계처럼 레일을 타고 상하좌우 방향으로 공카드 벽을 가로지른다. 그러더니 고객이 선택한 디자인의 카드를 찾아 꺼낸다. 카드의 디자인에 집중해 ‘다품종 소량화’ 정책을 지켜온 현대카드 공장에 꼭 필요한 설비다.

이어지는 ‘발급’ 공정에서는 플라스틱 또는 메탈 소재 판에 불과한 공카드에 기능을 부여한다. 공카드를 약 5m 길이의 기계에 통과시키면 공카드에 칩이 탑재되고 개인정보가 입력된다. 배출구에 카드가 쌓이면 직원이 이를 모아 카트리지에 차례로 옮겨 담는다.

▲15일 여의도 현대카드 3관에 있는 카드 공장 '현대카드 팩토리'에서 한 직원이 패킹 기계에 손을 넣고 있다. (임하은 수습기자 hey@)

이 카트리지는 공장 중앙의 ‘검수’ 공정으로 옮겨진다. 발급을 마친 카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입력된 정보에 오류는 없는지 살피는 과정이다. 검수 기계를 통과한 뒤 문제가 생긴 네댓 장은 컴퓨터 앞에 따로 분류돼 있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공정의 마지막 ‘패킹’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커다란 복합기 네다섯 대를 연결한 것처럼 생긴 패킹 기계가 카드의 포장과 주소지 분류를 담당한다. 기계 유리 커버 아래로 분홍색 봉투들이 레일을 따라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게 보인다. 약관 설명서와 쿠폰, 그리고 갓 만들어진 카드가 자동으로 봉투에 담기는 중이다.

▲15일 여의도 현대카드 3관에 있는 카드 공장 '현대카드 팩토리'의 관리자석 위에 확성기와 전화기가 놓여 있다. (임하은 수습기자 hey@)

공장의 오른쪽 끝, 가장 높은 곳에는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관리자석’이 있다. 좌석에는 아무도 없고 텅 비어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에게 묻자 관리자석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빨간 확성기와 전화기만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산업화 시대 노동자를 감시하고 지시하던 관리자의 권위를 상징하는 오브제라고 한다.

텅 빈 좌석 너머로 벽걸이 모니터가 보인다. 당일 목표 포장량의 11%를 달성했음을 보여주는 그래프가 화면에 떴다. 높은 곳에 걸린 10여 대의 모니터가 관리자 대신 공정의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화면 속 숫자가 공장의 맥박이 되고, 그 맥박은 손바닥만 한 카드로 완성된다. 도심 속 카드 공장은 오늘도 그렇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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