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정세 속 달라지는 정책들
文 원칙 고수 성향·소부장 집중
李 실용주의·대기업 등 생태계 지원

이재명 정부가 집권 초반 산업 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딥테크(Deep Tech)’를 내세웠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방위산업, 배터리 등 첨단 기술을 집중 육성해 산업 전반의 고도화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에 집중했다면, 이재명 정부는 보다 공세적인 투자와 지원을 통해 첨단 기술 주도국으로의 도약을 노리는 실용주의 기조로 정책 전환을 꾀하고 있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사에서 “AI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지원으로 미래를 주도하는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며 “이재명 정부는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닌, 지원하고 격려하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문재인 정부와의 연속성과 차별성을 동시에 내포한다. 두 정부 모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이 대통령은 보다 현실적이고 유연한 접근을 시사하고 있다. 두 사람을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지켜본 여권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원칙을 중시했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현실경제를 고려한 실용성을 우선시하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정책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문 정부 당시 핵심 변수는 일본의 수출 규제였다. 2019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이 한국을 수출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문 전 대통령은 소부장 자립과 생태계 조성에 집중했다.

반면, 현재는 미·중 갈등 장기화와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 강화 등으로 글로벌 통상 환경이 훨씬 복잡해졌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대기업 중심의 기술 투자 확대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생태계까지 아우르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새롭게 부상한 첨단 산업에 대한 지원 확대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K배터리 산업은 대한민국 경제 대도약의 핵심”이라며 “전기차 수요 둔화와 외국산 저가 배터리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해 산업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K이니셔티브의 중심축으로 K배터리 산업을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뒷순위에 머물렀던 영역이다. 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전략 산업으로 격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단순히 배터리 R&D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자와 세액공제, 에너지 고속도로와 연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 등을 언급한 것을 보면 배터리의 사이클 전반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