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회수 적기…IPO로 다시 눈 돌리는 VC들

VC 엑시트 수단 1위 매각보다 IPO 선회
벤처 생태계 활성화…자본시장 선순환 긍정 영향
단기 유동성 확보 초점…일반 투자자 피해 증가 우려
"엑시트 수단 다양해져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국내 벤처캐피털(VC)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한동안 IPO 시장이 경색되면서 회수 전략이 인수합병(M&A), 세컨더리펀드 등으로 다변화되는 듯했지만, 최근 IPO가 주요 엑시트 창구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26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IPO를 통한 VC 엑시트 회수 비중은 48.9%에 달한다. 해당 비율은 2020년 38.9%에서 2021년 32.1%, 2022년 24.3% 2023년 32.3%, 지난해 30.6%까지 줄곧 30%대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그 수치가 엑시트 물건 전체의 절반 수준으로 많이 증가했다. 반면 국내 VC 엑시트 수단 1위로 꼽혔던 '매각'의 경우 2020년 36.3%에서 2021년 48.8%, 2022년 56.5%까지 높아졌다가, 올해 3월 38%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21년 이후 IPO 시장 한파가 이어지면서 VC들은 장외매각(블록딜)과 M&A, 상장 전 중도 회수가 가능한 세컨더리펀드 등 다른 회수 방식들을 모색해왔다. 특히 2023년 '파두 사태' 이후 상장예비심사 승인이 취소되거나 상장을 자진 철회하는 기업들이 속출한 데다 증시에 입성하더라도 상장과 동시에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늘면서 'IPO=통하는 출구전략'이라는 공식이 유효하지 않게 됐다.

IPO를 통한 회수가 활성화된다는 건 자본시장에 대한 전체적인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 긍정적이다. 우선 성공적인 IPO가 많아졌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데, 이는 기업이 독립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해 스스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VC들은 IPO를 통해 회수한 자금을 다시 초기 기업에 재투자할 수 있고, 이는 벤처 생태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가령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에이피알의 경우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지분 매도를 통한 엑시트로 약 8배에 가까운 성과를, IMM인베스트먼트는 10배 가량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뷰티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를 고조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IPO를 통한 회수는 기업의 가치 제고보다는 유동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개인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이다. 실제 2023년 상장한 바이오노트의 경우 유통주식 60%가 보호예수(락업)가 해제되면서 상장 3개월 만에 주가가 40% 가까이 급락했다. 지난해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과 엔젤로보틱스 등도 락업 물량이 풀리는 날 주가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펀더멘털과 개별 기업의 성장성 등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다양한 엑시트 전략이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IPO를 통한 엑시트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가장 많이 쓰이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오히려 M&A를 통한 회수가 활발하다"며 "벤처 투자 생태계가 활성화되려면 회수 수단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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