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화ㆍ카테고리 다양화로 성장 잠재력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을 보이고 있는 한국 키즈산업이 독특한 변화를 겪고 있다. 매년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키즈산업은 오히려 활황이다. 한 아이에 대한 투자심리가 강해진 데다 디지털 친화적인 부모세대가 등장하면서 카테고리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30일 글로벌 데이터 서비스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국내 키즈산업 규모는 2012년 210억 달러에서 2025년 말 437억6000만 달러로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관세청 통계자료를 보더라도 유아용 의류 수입 규모는 2020년 924만7000달러에서 2024년 2148만7000달러로 최근 5년 새 급증했다.
국내 키즈산업은 크게 ‘프리미엄화’와 ‘카테고리 다양화’를 통해 성장 중이다. 아이를 위해 최고만 고집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귀하게 자란 아이를 칭하는 ‘골드키즈’(Gold Kids), ‘VIB’(Very Important Baby) 트렌드가 보편화되고 있는 것. 집안 내 아이 한 명을 위해 부모 뿐 아니라 조부모, 삼촌, 이모, 부모 친구 등 약 10명이 지갑을 연다는 ‘텐포켓’(10 Pocket) 문화도 주된 성장 요인이다. 대부분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수입 아동 의류는 국내 키즈시장의 프리미엄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키즈산업 카테고리 다양화는 디지털 친화세대의 등장과 연관성이 크다. 디지털 환경에 친숙한 MZ세대가 부모가 되고 이들의 자녀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 불릴 만큼 시대가 변화했다. 결국 전통적인 키즈산업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한 결과 △돌봄 솔루션 △키즈폰 △디지털 교육 콘텐츠 등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출생율이 유독 낮은 배경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점을 꼽고 있다. 기업들의 장시간 근무 문화와 근무 유연성 부족 등으로 일과 가정 양립이 쉽지 않아 부모들이 아이를 덜 낳고, '골드키즈'를 위해 자녀 돌봄 서비스 등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한 키즈산업 관계자는 “부모들이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다 보니 출생률 자체도 낮은 데다 낳은 아이를 위해 등하원도우미, 아이돌봄 서비스, 어린이보험 등에 지갑을 열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다양한 업종이 키즈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패션 기업이 키즈 라인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베이비 디올, 몽클레르 앙팡, 버버리 칠드런 등 명품 브랜드는 물론 나이키 키즈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젝시믹스와 같은 국내 애슬레저 브랜드까지 키즈 상품을 출시했다. 키즈 상품이 돈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는 백화점도 키즈산업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들어 국내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아동 매출 신장률은 평균 5%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 신장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세계백화점은 VIB 고객 수요를 잡기 위해 키즈 카테고리 메가숍을 오픈했고 롯데백화점은 키즈 전문관 ‘킨더 유니버스’를 선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