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 기업 다수 생산성·고용창출↓
“해외 투자 결정에 있어 노동환경 중시”

정부가 10년 넘게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 기지의 국내 복귀)’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기업들이 해외에 생산기지 깃발을 꽂는 것은 국내 환경이 그만큼 ‘매력적인 선택지’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업들은 경직된 노동환경을 국내로 돌아오지 못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전문가들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의 리쇼어링 유도를 위해서는 유연한 노동시장이 선제적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1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해외 진출 기업 306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리쇼어링을 저해하는 규제 분야 중 ‘노동 규제(29.4%)’가 1순위로 지목됐다. 이어 세제(24.5%), 환경 규제(16.7%), 수도권 및 입지 규제(13.1%) 순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국내 환경이 직무·성과 기반이 아닌 연공성이 강한 임금체계로 구성됐을 뿐만 아니라 파업 등으로 극한 갈등을 유발하는 강성 노동조합으로 인해 경영하기 어려운 악조건이 형성됐다고 토로한다. 주 52시간 근로제, 상법 개정안,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국내에서 시행되거나 논의 중인 법안들도 문제로 작용한다는 의견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부터 노조가 거액의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난항을 겪었다.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사측은 창사 이후 첫 직장 폐쇄를 단행하고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비단 이 같은 갈등은 현대제철뿐 아니라 매년 대기업 임단협 시행 시 반복되는 고질적 문제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미국 등 타국의 무역보호주의 흐름과 맞물려 해외에서 생산하는 것에 비해 국내에서 ‘노동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기업이 되레 리쇼어링 정책의 수혜를 입고 국내에 들어와 생산성·고용창출 효과도 내지 못하는 ‘역(逆) 인센티브’ 현상도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0년대 리쇼어링한 다국적 제조기업이 이후 투자를 확장한 비율은 17%에 그쳤으나 투자를 유보·축소한 경우는 29.6%나 됐다. 반면 같은 시기 확장 기업(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투자한 기업)의 40.4%는 투자를 늘렸다.
전문가들은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성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제조 기업들은 해외투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 인건비와 노조 가입자 수 등 기업이 처한 노동환경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면서 “임금과 노조 조직률, 노사관계 대립 등을 개선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