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운명의 날'...'승복의 역사' 열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025.04.03 사진공동취재단
운명의 날이 밝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파면’ 또는 ‘직무복귀’라는 운명의 갈림길에 섰고, 대한민국도 헌정질서 회복과 민주주의 수호의 분기점에 섰다. 4일 오전 11시 ‘2024헌나8 대통령(윤석열) 탄핵 심판’ 사건을 선고하는 헌법재판관 8인의 판단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된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 계엄 해제안 의결, 두 차례 표결로 탄핵소추안 통과, 현직 대통령의 체포와 구속 기소, 구속 취소로 석방까지 모두 ‘초유의 사태’ 였다. 전례없던 그 겨울의 끝에 봄을 맞이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넉 달의 겨울은 지난했다. 불확실한 정국에 재계의 시계는 멈췄고 경제도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국민들은 대통령 탄핵 찬성, 반대 두 갈래로 나뉘어 각자의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극단적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법부 판단에 대한 불신을 넘어 일부 국민은 경찰과 충돌했고, 법원을 무단 침입해 난동을 일으켰다. 삭발, 밤샘 시위, 단식 농성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싸움이 이어졌고 분신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일대에 경찰 차벽과 펜스 등이 설치돼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누군가는 분열의 악몽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통합의 초석은 헌법재판소가 놓는다. 헌재는 군사독재 시절 유명무실했던 헌법재판 제도를 시민들의 힘으로 살려낸, 1987년 민주 항쟁의 산물이자 헌법 수호 최후의 보루다.

소추 이후 111일간 헌법재판관의 노고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과거 대통령 탄핵사건과 달리 다른 탄핵심판을 병행했으니 그야말로 ‘극한직업’이다. 극렬 시위자들로부터 겁박을 받기도 했다. 변론을 종결하고도 선고가 지연되자 이러저러한 추측과 억측이 난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 수호자로서 재판관들은 오로지 법에 입각한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

해외 각국도 헌재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수많은 외신은 ‘정치적 격변의 중요한 순간’ ‘국내 분열 심화 가능성’ 등을 언급한다. 이미 2017년 3월 10일, 공교롭게도 금요일 오전 11시 대통령(박근혜) 파면의 역사가 있는 탓에 더 큰 관심이 쏠린다.

헌재의 주문은 짧고도 분명한 한 줄이다. 인용의견 재판관이 6인 이상이면 선고는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기각(각하)의견 재판관이 3인 이상이면 “이 사건 심판 청구를 기각(각하)한다.”

주문 직후 재판관들의 퇴장과 함께 대한민국은 새로운 길을 맞이한다. 여태껏 광장에서 각자 촛불과 태극기를 손에 쥐고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쳤다면, 이제는 한목소리로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할 시간이다. 정치권이 먼저 헌재 결정을 존중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여야는 물론 당사자인 윤 대통령도 승복과 통합의 메시지를 내놓길 바란다.

헌정질서 회복, 민주주의의 미래는 국민의 몫이다. 분노를 품고 달려온 111일의 탄핵 열차는 종착역에 도착했다. 다시 희망을 안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갈 때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엔 그간의 상처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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