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시작된 대외원조 삭감, 유럽까지 퍼져

영국, GNI 대비 ODA 지출 0.5%→0.3%
대외원조 세계 2위 독일도 0.7% 밑돌 것
지원 공백 속 중·러 존재감 키우는 계기 될수도

▲국가별 국민총소득(GNI) 대비 정부개발원조(ODA) 비율 추이. 회색선 영국 점선 독일 하늘색 프랑스 남색 일본. 출처 닛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제개발처(USAID) 해체 움직임에 이어 영국이나 독일 등 유럽 주요국에서도 대외원조를 삭감하는 추세다. 대외원조를 줄이고 방위나 난민·불법 이민 등의 문제에 더 쓰겠다는 취지다. 지원이 끊긴 개발도상국에서는 서구권에 대한 반감이 커져 테러리즘이 성행하는 등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1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원조 동결을 결정하고 동맹국들을 향해 방위비 대폭 증액을 요구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대외원조 삭감 도미노가 이어졌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달 말 “2027년 정부개발원조(ODA) 지출을 국민총소득(GNI)의 0.5%에서 0.3%로 인하한다”면서 “이는 방위 분야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자금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대외원조 규모 세계 2위인 독일도 차기 연립정부가 들어서면 방위력 강화에 집중해 현재 GNI의 0.82% 수준인 ODA 지출을 0.7% 이하로 줄일 가능성이 크다. 0.7%는 유엔이 제시한 선진국의 GNI 대비 ODA 지출 비중 기준이다. 프랑스도 지난달 대외원조 대폭 삭감을 결정했다. 올해까지 GNI 대비 ODA 지출 비율을 0.7%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였지만, 반대로 2023년(0.48%)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네덜란드 정부도 지난달 말 “네덜란드가 자금을 지원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우리 국익에 직접 공헌해야 한다”며 ‘트럼프식’ ODA 정책을 새로 밝혔다. 극우 정당이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반이민 정책 지출을 늘리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아훈나 에지아콘와 부행정관 겸 아프리카 국장은 “한 나라가 원조를 삭감하면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주는 도미노 효과가 일어난다”며 “유럽에서는 대외원조 예산을 방위비로 전용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고 국제 협력보다는 지정학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 속에 개도국 지원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개도국 빈곤율을 낮추고 전염병을 억제하는 대책을 축소한다면 전 세계는 더 안전하지도 건강하지도 번영하지도 않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서구권이 후퇴하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개발도상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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