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회피 때 핸들 묵직하게 변해, 연비 불리하고 타이어 마모 빨라
신형 제네시스 사륜구동
현대자동차 신형 제네시스는 ‘현대차 기술력의 집대성’으로 평가된다. 4년 동안 5000억원의 개발비를 들였다. 단순하게 차급으로 따질 수 없는 상징적 가치도 지닌다.
현대차 이미지 리더로서의 역할이 가장 크다. 성패 여부에 따라 현대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현대차가 신형 제네시스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다.
신형 제네시스는 출시 이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만큼 현대차가 개발하고 또 얹을 수 있는 첨단 장비는 모조리 담았다. 가장 돋보이는 첨단기술은 현대차 아니 국산차 최초로 개발한 사륜구동 시스템 H-트랙(HTRAC)이다.
AWD로 불리는 승용형 사륜구동 시스템은 신기한 게 아니다. 하지만 현대차가 처음으로 시도한 AWD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쌍용차가 AWD 시스템을 도입해 체어맨에 얹었지만 자체 개발이 아닌, 독일 벤츠에서 고스란히 도입해 장착하는 장비다.
◇굴림방식에 따라 주행특성 달라져=소형차는 공간활용도와 연비를 감안해 대부분 앞바퀴굴림을 쓴다.
뒷바퀴굴림 후륜구동은 고급차 그리고 대형차에 주로 쓰인다. 뒤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앞뒤 50:50 무게 배분을 적절하게 맞출 수 있다. 그 덕에 코너링과 직진안정성이 뛰어나다.
승차감도 좋다. 주기적으로 노면 요철 위를 지날 때 뒤쪽이 묵직한 후륜구동은 차체가 쉽게 출렁이지 않는다. 뒷자리에 앉은 사장님들이 위아래로 출렁이는 차를 좋아할리 없다. 후륜구동의 승차감이 좋은 이유다.
제네시스는 이런 후륜구동을 기반으로한 AWD다. 완벽한 시스템에 가깝지만 분명 단점도 존재한다. 완성차 메이커, 특히 제네시스 AWD를 야심차게 내놓은 현대차가 결코 알려주지 않는 AWD의 대표적인 단점을 살펴보자.
◇상황에 따라 앞뒤로 구동력 배분…그러나 핸들은 잠길 수 있다=신형 제네시스에 장착된 HTRAC은 AWD 방식이다.
사륜구동은 조작방식에 따라 크게 파트타임과 풀타임으로 나뉜다. 파트타임은 운전자가 필요에 의해 2WD와 4WD를 스위치로 조작한다. 주로 구형 SUV들이 많이 쓴다. 반대로 풀타임 사륜구동은 차 스스로 굴림방식을 조절한다. 속도에 따라, 때로는 굴림바퀴 저항에 따라 방식을 바꾼다. 경우에 따라서 4WD 방식을 고정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영역에서는 고속주행은 불가능하다. 된다하더라도 권장 사항은 아니다.
신형 제네시스 AWD는 풀타임 AWD, 즉 후자다. 후륜구동 기반이지만 경우에 따라 AWD에서 FR로 변환한다. 앞뒤 구동력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네바퀴 또는 뒷바퀴에만 구동력을 몰아주는 방식이다. 당초 현대차는 스웨덴 할덱스에서 AWD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자체 개발로 마무리했다.
완벽해 보이지만 AWD 역시 단점이 있다. 먼저 AWD는 네바퀴에 모두 구동력이 걸리면서 코너링 성능이 뛰어나다. 단순한 코너 아니라 오메가(Ω) 턴이 이어져도 코너의 정점과 정점을 날카롭게 잘라먹을 수 있다.
그러나 코너링은 말 그대로 코너를 빠져나가는 액션일 뿐이다. 핸들링은 이 과정에서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감각이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조향바퀴가 움직여주면 좋은 핸들링이라고 표현한다. AWD의 문제는 바로 핸들링이다.
AWD는 기본적으로 핸들링이 불리하다. 조향바퀴가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회전할 때 뒷바퀴는 차를 정중앙으로 밀어붙이려는 물리적 성질을 지닌다. 이 두 가지 힘이 맞물리면 조향바퀴가 경우에 따라 묵직하게 바뀐다. 자칫 핸들이 멈칫거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마디로 코너와 코너가 반복되는 코스에서 핸들을 좌우로 돌리며 트위스트를 추면 '턴과 턴의 정점'에서 핸들이 슬쩍슬쩍 잠기는 현상이 생긴다.
유압식 스티어링 휠의 경우 유압의 방향이 순식간에 바뀌지 않기 때문에 잠기는 느낌이 더 강하다. 최근 주행안정장치 ESP가 더해지면서 과격한 핸들링을 차 스스로 억제하고 있다. 이 ESP의 핸들 제어기능까지 더해지면 핸들은 경우에 따라 돌덩이처럼 무거워질 수 있다. 현대차가 이런 건 절대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AWD 타이어 교체 때는 반드시 같은 타이어로=타이어 교체도 주의해야한다.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네바퀴 사이즈가 동일하다. 일부 독일 고성능 후륜구동 모델이 뒷바퀴 사이즈를 좀더 확대하는 경우는 있다. 이 경우에도 지름은 동일하고 타이어 폭만 늘어난다.
반면 AWD는 반드시 네바퀴에 동일한 타이어를 달아야 한다. 사이즈는 물론 타이어 패턴까지 동일해야 한다.
타이어 패턴은 타이어 표면의 무늬다. 이 작은 무늬 차이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 구동력에 영향을 미친다. 어느 한쪽 타이어만 이 바닥 무늬가 다르면 4개의 바퀴는 각각 접지력 차이를 지닌다. 이는 곧 AWD 시스템이나 트랜스미션에 주기적으로 피로를 몰아넣을 수 있다는 의미다.
콰트로 시스템으로 이름난 아우디는 언제나 같은 타이어를 4곳에 장착하길 권장한다. AWD에 관해선 수십년 노하우를 지닌 독일 아우디가 '같은 패턴의 타이어 장착'을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가지 더 있다. 없어야할 일이지만 불가피하게 차를 견인해야 한다면 반드시 바퀴를 노면에서 모두 띄워야 한다.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타이어를 심하게 회전시키면 트랜스미션과 AWD 시스템의 오일이 역류한다. 고장의 원인이 된다는 의미다.
◇AWD는 연비가 나쁘고 타이어 마모가 빠르다=일단 연비도 나쁘다.
AWD는 뒷바퀴에 구동력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앞바퀴에도 구동력을 나눈다. 구름 저항이 크고 무게가 늘어난 만큼 연비가 나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아우디 콰트로를 비롯해 BMW x-드라이브, 메르세데스-벤츠 4-매틱 모두 같은 상황이다. AWD 효과를 누리는 만큼 타이어 마모는 운전자가 감수해야할 부분이다.
AWD는 회전반경도 크다. 앞바퀴에 구동력을 연결하기 위해 ‘드라이브 샤프트(등속 조인트라고 부른다)’가 맞물려 있다. 앞바퀴 중앙에 연결 장치가 맞물린만큼 타이어를 심하게 꺾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른바 ‘타이트 코너 브레이크’ 도 존재한다. 핸들을 한쪽으로 최대한 꺽은 상태에서 차를 움직이면 핸들이 원래 위치로 돌아가려고 움찔움찔 움직이고는 한다. 네바퀴굴림차에서 종종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같은 몇 가지 단점, 아니 낯선 감각과 상황을 제외하면 AWD는 장점만 가득하다. 노면을 움켜쥐고 달리는 듯한 주행안정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눈길에서도 자신감 있게 달리고, 빙판길도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코너진입 속도는 물론 탈출각도와 속도 역시 후륜구동차를 앞설 수 있다.
제네시스 HTRC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아우디 콰트로는 물론 BMW x-드라이브, 메르세데스-벤츠 4-매틱 모두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이다.
무엇보다 이제 우리 브랜드도 고유의 승용형 AWD를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HTRAC의 가치가 크다. 글로벌 유수 메이커의 최고급차 또는 고성능 차는 모조리 그 꼭짓점에 AWD 모델을 두고 있다는 점도 HTRAC의 가치를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