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있는 K팝스타’는 여자가 너무 쉬웠다…BBC가 알린 ‘버닝썬’ 실체 [해시태그]

입력 2024-05-2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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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승리, 정준영, 최종훈… 한때 K팝 선두에서 수많은 여성 팬을 이끌었던 유명 그룹, 밴드, 솔로 가수였는데요. 거대한 사건으로 이들은 더는 스타가 아닌 범죄자로 전락해버렸죠. 아니 그들은 이렇게 엄청난 사랑을 받을 ‘자격’을 스스로 벗어던져 버렸습니다. 그들에게 팬들의 사랑은 사치였죠.

19일 영국 BBC 월드 서비스는 탐사보도팀 ‘BBC Eye’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를 유튜브에 공개했습니다.

약 한 시간 분량의 이번 다큐는 모두를 경악하게 했는데요. 이미 알고 있는 사건이었지만, 그냥 ‘사건’이라는 단어로 치부할 수 없는 실체였죠. 이 영상에는 승리, 정준영, 최종훈 등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인물들이 당시 나눴던 메신저 내용과 영상 등이 추가 공개됐는데요. 앞선 수사 보도 과정에서는 공개되지 않은 것들이었죠.

‘버닝썬 게이트’라는 말로 설명하기엔 더 날 것의 ‘그들의 세계’였습니다.이들을 취재하고 이번 다큐의 주된 화자로 나선 강경윤 SBS 기자는 ‘승츠비의 왕국’이었다고 표현했는데요. 강남이라는 낮과 밤이 다른 땅에 밤의 주인이 된 것 같은 삶을 살고 있었던 겁니다.

(출처=유튜브 채널 'BBC News 코리아' 캡처)

BBC는 승리가 이들의 대장이었다고 짚었는데요. 유명 아이돌 그룹 빅뱅 소속이라는 후광을 등에 업었던 승리는 이번 다큐를 통해 한 파티에서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가려다 여성이 저항하자 때릴 것처럼 위협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승츠비 왕국’의 주된 멤버가 바로 정준영과 최종훈이었는데요. 이들은 ‘접대’와 관련한 내용을 공유하고 정보도 주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유흥도 함께했죠. 아 물론, 유흥에선 정준영이 앞서 나가기도 했습니다.

강 기자는 정준영의 카카오톡 단톡방 내용을 취재할 때 임신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들의 단톡방을 정독하고 정보를 파헤쳐 가면서 몇 번이고 게워내야 했죠. 이들의 대화 속 여성은 그저 자신들의 ‘흥’과 ‘재미’를 위한 ‘기막힌 것’일 뿐이었거든요.

이들의 ‘범죄’ 중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2016년 3월 대구에서 열린 가수 정준영의 팬 사인회 전날 한 호텔에서 만취 상태인 피해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일이었는데요. 이들은 이후 단톡방에서 이를 ‘재미있었던 추억’ 정도로 취급하며 조롱했죠.

BBC가 재구성한 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술에 취해 있던 피해 여성은 쓰러지며 머리를 부딪쳤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화방에 속한 남성이 “어제 진짜 무서웠다. 그 여자애 머리가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고 메시지를 보내자 정준영은 웃는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내거나 “진심으로 살면서 가장 재미있는 밤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정준영(사진 왼쪽), 최종훈 (이투데이DB)

강 기자는 단톡방 내용을 상기하며 ‘심장이 아프다’라고 표현했는데요. 이들의 대화 내용에는 “이제는 술집 여자들이 너무 더러워 보인다”, “내 장난감 정도로 생각했는데”, “쓰레기 같다”는 그나마 순화된 표현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런 대화와 함께 공유된 건 2층에서 1층을 내려서 찍은 사진, 성관계 장면을 뒤에서 문을 열고 장난처럼 찍은 영상 등이었는데요. 이를 본 강 기자는 “여성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그런 가운데 여성들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무력화시키고, 전리품처럼 자랑하고 낄낄거렸다”고 설명했죠.

대화 내용 중 승리가 대만의 한 투자자를 극진히 모셔야 한다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승리는 잠재적 파트너를 초청했으니 사고 치지 말라는 말을 건넸고, 승리는 정준영이 제일 불안하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반 여성’들을 파트너를 위한 ‘선물’ 정도로 취급했는데요.

여성들이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범죄’에 노출된 데는 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마약도 언급됐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과거 버닝썬 직원은 “물뽕 마약이 굉장히 많이 사용됐다”며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룸이 있었다. 거기서 무슨 일을 하든 소리도 안 들릴 것이다. 버닝썬에서 물뽕 먹고 정신 나간 여자애들 매일 봤다”고 증언했죠.

(출처=유튜브 채널 'BBC News 코리아' 캡처)

쉽지 않은 취재 과정에서 물꼬를 터준 건 고(故) 구하라였는데요. 강 기자는 “아직도 그날이 좀 기억에 남는다”며 “(구하라가) ‘정말 도와드리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너무 고마웠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데뷔 때부터 최종훈과 친했던 구하라는 그들의 휴대전화를 본 적이 있고, 그들의 잘못된 행동도 인지한 상황이었죠. 이를 알리고 싶던 구하라는 강 기자와 전화를 했고, 강 기자는 구하라의 도움을 받아 최종훈과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는데요. 바로 단톡방 대화 속 ‘경찰총장’이라는 인물을 밝히는 중요한 순간이었죠.

강 기자는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윤규근이라는 실제로 있는 인물이라고 최종훈이 입 밖으로 꺼내게 도와준 것”이라며 “구하라 씨는 용기 있는 여성이었다”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모두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상태인데요. 승리는 상습도박과 성매매처벌법(성매매·성매매 알선·카메라 등 이용 촬영),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위반 등 총 9개 혐의를 받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여주 교도소에서 형기를 살다 지난해 2월 9일 만기 출소했죠.

최종훈은 1심에서 5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한 점이 참작돼 2년 6개월로 감형됐고, 2021년 11월 형을 마치고 만기 출소했습니다. 정준영은 2019년 3월 구속기소 됐고, 항소 끝에 징역 5년을 선고받아 올해 3월 출소한 상태죠.

다큐의 마지막은 현재 한국의 클럽이었는데요. 한국의 클럽은 변하지 않았고, 경찰과의 유착도 변하지 않았으며, 수사 선상에 오른 이들의 강남 유흥가 점령 또한 여전하다고 말이죠. 이렇게 큰 사건에도 변함없는 ‘유흥거리’의 현재가 참담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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