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구독료=커피 한 잔 가격이라더니"…구독플레이션에 고객만 '봉' 되나 [이슈크래커]

입력 2024-04-2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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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부담도 나날이 커지는데요. 구독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구독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도 나온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들 업체의 줄인상에 '해지', '탈퇴'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각자 부담할 수 있는 가격 이상으로 구독료가 뛰어오르면서 더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거죠.

반면 '울며 겨자 먹기'로 구독료를 부담하고 있거나, 계속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구독경제와 서비스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쿠팡이 12일 유료 멤버십인 와우멤버십 월 회비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멤버십 회비 변경은 2021년 12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린 이래 2년 4개월 만이다. 신규 회원은 13일부터 변경된 회비가 바로 적용되고, 기존 회원은 8월 첫 결제일부터 적용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트럭들이 모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와우멤버십 가격 올린 쿠팡…로켓배송·쿠팡플레이 못 잃는 고객도 다수

쿠팡은 최근 유료 멤버십인 '와우멤버십' 월 회비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인상한다고 밝혀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와우멤버십 회비 인상은 2021년 12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72.1% 올린 이래 2년 4개월 만인데요. 신규 회원은 13일부터 변경된 회비가 곧바로 적용됐습니다. 기존 회원은 8월 첫 결제일부터 인상된 요금이 적용됩니다.

와우멤버십 회원은 로켓배송(당일배송) 무료 배송(건당 3000원)과 무료 반품(건당 5000원), 로켓프레시 새벽 배송(건당 3000원), 로켓직구 무료 배송(건당 2500원) 등의 혜택을 받습니다. 쿠팡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도 이용할 수 있는데요. 와우멤버십 요금 인상에 앞서서는 쿠팡이츠 무료 배달 서비스 혜택이 추가됐습니다.

쿠팡은 타 OTT 플랫폼의 절반 가격에 OTT 이용을 포함, 10가지 이상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쿠팡에 따르면 유료 멤버십 회원 혜택을 유지하는 데에는 연간 4조 원이 소요된다고 하는데요. 이를 통한 멤버십 비회원 대비 회원의 1인당 연평균 비용 절약액은 회비를 제외하고 87만 원 상당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입니다.

쿠팡은 멤버십 회비 인상 뒤엔 와우 회원을 위한 특가 행사도 연일 내놓으면서 소비자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작지 않은 인상 폭은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상에는 “쿠팡이츠 배송비 무료 혜택부터 예상된 수순이었다”, “쿠팡이츠랑 쿠팡플레이 사용 안 하는데 이용료를 개별로 책정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중국 플랫폼과 경쟁하기 위한 재원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셈” 등 비판이 잇따랐고 ‘탈퇴’나 ‘멤버십 해지’를 거론한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이번 멤버십 회비 인상이 초저가를 무기로 한국 시장 공략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과의 경쟁에 대비해 투자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인상에 따라 쿠팡 유료 멤버십 수입은 연 8388억 원에서 1조326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중국계 이커머스 침공에 맞서 물류·상품 소싱 등에 대한 투자가 더 필요한 만큼, 이를 위한 자금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라는 겁니다.

온라인상에서는 쿠팡의 가격 인상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졌는데요. 쿠팡의 혜택과 서비스에 익숙해졌다는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쓰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기저귀, 분유 같은 유아용품을 로켓와우 새벽배송으로 이용해왔다는 한 네티즌은 "아직은 쿠팡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도 "추후 가격 인상 폭에 따라 멤버십 유지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수의 스포츠 팬들도 아직 쿠팡을 놓아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쿠팡플레이는 2021년 3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대 풀럼전으로 스포츠 중계를 시작,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K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프랑스 리그1 등 다양한 국내외 스포츠로 중계를 확대했습니다. 매년 여름 해외 축구 명문팀을 한국으로 초청해 친선 경기를 여는 ‘쿠팡플레이 시리즈’도 이어오고 있는데요. 올해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를 개최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8월에는 손흥민이 주장으로 활약하는 토트넘 홋스퍼와 김민재가 활약 중인 바이에른 뮌헨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친선 경기도 치러질 예정인데요. 쿠팡플레이가 개최하는 모든 경기 예매는 와우 회원만 가능합니다. 쿠팡은 앞으로도 쿠팡플레이 독점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멤버십 이탈을 막겠다는 계산입니다.

▲티빙 CI. (사진제공=티빙)

구독플레이션 확산…유튜브·디즈니·넷플릭스·티빙 등 구독료 '줄인상'

OTT 업체들도 최근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OTT들이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린 데 이어 국내 OTT도 잇달아 구독료를 올려 눈길을 끌었죠.

구글은 지난해 말 광고 없이 바로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국내 가격을 기존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약 43% 인상했습니다. 2020년 9월 8690에서 1만450원으로 올린 이후 3년여 만의 인상이었습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0월, 디즈니플러스는 요금제 세분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월 9900원 단일 요금으로 제공했던 4명 동시 접속 허용 및 고화질 영상 시청이 1만3900원을 내야 이용할 수 있게 된 건데요. 가격 인상에 대한 반감은 물론이고 시기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습니다. 디즈니는 2022년 12월, 미국에서 구독료를 3달러 올릴 때는 국내 가격을 올리지 않았었는데요. 국내 작품 '무빙'이 대성공을 거두자 요금 인상을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피어난 겁니다. 지난해 8월 선보인 '무빙' 덕에 디즈니 플러스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7월 200만 명 선에서 9월 390만 명 선으로 2배가량 뛰었습니다.

여기에 넷플릭스도 지난해 말 기존 베이직 요금제를 폐지하고 광고형 스탠다드 월 5500원, 스탠다드 월 1만3500원, 프리미엄 월 1만7000원 등으로 요금제를 개편했는데요. 이와 함께 계정 공유를 제한해 인원당 5000원을 추가로 지불하도록 했죠.

국내 OTT들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티빙은 다음 달 1일부터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연간 구독권 가격을 기존 대비 20%가량 올립니다. 지난해 12월 요금제를 올린 이후 5개월 만에 연간 구독권 가격 인상에 나선 건데요. 이에 따라 정가 기준으로 기존 9만4800원이던 연간 구독권(베이직)은 11만4000원으로 1만9200원 오르게 됩니다. 이외 스탠다드 상품은 기존 13만800원에서 16만2000원으로, 프리미엄은 16만6800원에서 20만4000원으로 요금이 조정되죠.

티빙에 대한 불만은 가격 인상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티빙은 다음 달부터 프로야구 중계도 월 5500원으로 유료 전환하는데요. 앞서 티빙은 총 1350억 원을 투자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2024~2026년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KBO 주요 행사의 국내 유무선 생중계, 하이라이트, 주문형비디오(VOD), 스트리밍 권리·재판매 사업권을 획득했죠.

그간 야구 생중계는 모바일의 경우 네이버, SK텔레콤 에이닷, LG유플러스 스포키, 아프리카TV 등에서 무료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계 주체가 티빙으로 바뀐 뒤부터는 티빙의 광고형 스탠더드' 요금제에 가입해야 볼 수 있게 된 겁니다. 프로야구 중계의 온라인 유료화 시대가 열린 셈이죠.

▲(게티이미지뱅크)

커피 한 잔 가격이라더니…요금 인상 가이드 마련 필요성도

구독경제는 기업에서도 선호하는 사업 모델입니다. 요금을 매달 나눠서 지불하도록 하고, 가격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면서 소비자가 더 많은 물건을 구매하거나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커피 한 잔으로 구독할 수 있다'는 홍보 문구도 곧잘 발견되죠. 실제로 쿠팡은 저렴한 멤버십 가격으로 로켓배송, 쿠팡이츠 할인, 쿠팡플레이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무려 1400만 명에 달하는 유료 회원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각종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면서, 이젠 커피 한 잔은커녕 두 잔 가격으로도 모자랄 정도로 구독료가 오른 상황입니다. 업체의 줄인상은 '이렇게 올려도 쓸 사람은 쓴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편,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분위기도 포착됩니다. 일반 기업의 상품은 가격을 100원, 10원 단위로 올려도 소비자 저항에 부딪히곤 합니다. 실질적인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죠. 그러나 멤버십 구독료는 한 번에 대폭 인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플랫폼 독과점이 거론됩니다. 대체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상품과 달리 독점 콘텐츠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의 경우, 이용을 중단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서비스에 소비자들을 중독 혹은 종속시켜놓고 큰 폭의 요금 인상을 단행하는 행위가 소비자 선택권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현행법상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이른바 '플랫폼법'을 추진했지만, 미국 상공회의소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데다가 중국 이커머스의 공습이 거세지면서 정부는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해외 OTT 업체의 경우 사실상 통제가 어려워 국내 기업들만 규제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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