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일그러진 지갑上] 넷플, 망 사용료 '무임승차'ㆍ법인세 '모르쇠' 논란 뒤로 투자로 환심

입력 2023-06-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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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넷플릭스 거래권력 앞에 무너지 수익 창출
‘계정공유 유료화·망 사용료’ 韓 소비자ㆍ기업 피해
3.2조 투자 약속에도‘K콘텐츠’ 제작·유통 플랫폼 종속화

“망 사용료 의무화가 현실이 되면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는 줄어들 것이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키노트 세션에서 기조연설한 발언이다. 통신사업자(ISP) 진영의 ‘망 사용료 의무화’ 주장에 대한 반론인데, 사례로 ‘오징어 게임’을 비롯한 한국 콘텐츠를 언급한 점에 주목됐다. 결국 ‘망 투자’는 ISP의 몫이고, 넷플릭스의 역할은 ‘콘텐츠 투자’라면서 망 사용료를 지불할 경우 한국 콘텐츠 투자를 축소할 수 밖에 없다는 엄포였다.

‘망 사용료 내라’ ‘못 내겠다’. 현재 넷플릭스와 국내 ISP 간의 망 사용료 문제는 답보 상태다. 그러나 핵심은 양쪽 모두 소비자를 볼모로 잡은 채 각자의 주장에만 몰두하고 있다. 망 사용료를 내면 콘텐츠 투자 축소 및 품질 저하를 운운하고, 반대쪽에는 소비자 통신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세금은 적게, 망 이용대가는 안 내면서 韓 점유율 높여가는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조세회피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한국 시장 매출은 7733억 원인데 반해 법인세 납부액은 33억 원 수준으로 매출대비 적은 법인세 액수가 논란이 된다. 앞서 2021년 국세청은 넷플릭스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조세회피 혐의로 800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고,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넷플릭스가 국내 수익을 해외로 이전해 법인세를 회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과방위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넷플릭스의 해외 결산보고서와 국내 감사보고서를 비교한 결과, 넷플릭스가 국내 수익의 상당 부분을 해외로 이전해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해외 그룹사에 보내는 수수료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매출원가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줄인 결과”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국내 매출액은 2019년 1859억 원에서 2020년 4155억 원, 2021년 6317억 원, 지난해 7733억 원으로 매년 1000억 원 이상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 코리아가 내는 법인세는 2019년 5억 원에서 2020년 22억 원, 2021년 31억 원, 지난해 33억 원으로 크게 늘고 있지 않다. 넷플릭스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을 살펴보면, 2019년 70.5%에서 2020년 81.1%, 2021년 84.5%, 2022년 87.6%로 높아지며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해외로 이전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지난해 넷플릭스 본사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은 60% 수준이었다.

넷플릭스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국내 사업자들에게 ‘무임승차’를 하며 시장을 장악하는 모습이다. OTT 사업 성장기였던 2017년, ‘계정 공유’라는 마케팅으로 구독자 확보에 열을 올렸고, 이 과정에서 국내 ISP는 계정 공유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트래픽이 빠르게 늘자, 트래픽을 유발하는 만큼 비용을 내는 ‘망 이용료’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국내 인터넷망 트래픽 중 넷플릭스와 구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4%에 달한다. 그러나 국내 통신사에 지불하는 돈은 단 돈 ‘0원’이다. 반면, 국내 트래픽의 2.1%, 1.2%에 해당하는 네이버, 카카오는 연간 약 700억 원, 300억 원을 내고 있다. 심지어 해외 사업자인 메타(페이스북)은 ISP와의 직접 연결을 통해 망이용대가를 내고 있다.

◇한미간 통상 문제로 불똥 튈까 ‘쉬쉬’ = 이에 국내 ISP는 20일 방한한 태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 행복에 주목하고 있다. 2020년부터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문제를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방한한 터라 , 관련 메시지가 나올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1심에선 SK브로드밴드가 판정승을 거뒀고, 넷플릭스가 여기에 항소하면서 2심으로 넘어갔다. 넷플릭스가 패소할 경우 SK브로드밴드에 1년 간 최대 1465억 원의 망 이용료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해외 통신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ISP 기업에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이중부담’이라는 부당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이 구독료를 통해 이미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무임승차로 일어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기업들이 안고 있다. 국내 OTT 등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통신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망 사용료 관련한 수익을 채우려기 위해 다른 OTT들이나 인터넷 사업자에게 돈을 더 받아야 하는 입장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넥플릭스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25억달러(약 3조2000억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보여준 성과와 별개로 안하무인식 행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넷플릭스 OTT시장 장악으로 점점 투자 여력이 낮아지는 국내 CP를 뒤로하고, 광고요금제·계정공유 제한 정책을 통해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연간 광고 매출로만 최대 3500억 원이 넘는 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망 이용대가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투자금으로 관심을 살려고 하는 것인지 분석해야 한다”며 “넷플릭스가 국내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 그 투자가 국내 플랫폼 이용자를 위한 건지, 가성비 좋은 한국에서 콘텐츠을 생산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의도 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소극적인 대응에 문제를 지적한다.정부는 망 사용료 문제가 한미간 통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별 다른 조치가 없다. 국회에서는 7명의 여야 의원이 망이용대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 법 개정 논의는 답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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