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화력·원자력도 폭염에 비상…기후변화,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지나

입력 2022-07-3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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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수온 상승에 일부 원전 가동 중단
기온 1도 오를 때마다 화력·원자력 발전용량 0.8~1.2% 감소
발전량 감소 보완하려면 대형 발전소 200기분 추가해야

▲사진은 프랑스 중부 리옹 인근 생불바에 있는 원전이 증기를 내뿜고 있다. 생불바/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천연가스 공급난, 폭염과 가뭄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으로 많은 나라가 석탄 화력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화력발전과 원전도 기후변화에 타격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상고온과 물 부족으로 이들 발전소가 본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사태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기후변화가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3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일본 기상청이 전날 발표한 8월 예보에 따르면 전국 기온이 평년을 웃돌 가능성은 40~70%로, 낮을 확률 10~30%보다 높다. 경제산업성은 전력 여력을 나타내는 예비율이 5%를 밑돌면 ‘전력수급 핍박주의보’를 발령하는데 이달 무더위에 따른 냉방수요 증가와 발전능력 저하가 겹치면서 주의보가 내려질 수 있다고 닛케이는 경종을 울렸다.

화력과 원자력 발전이 폭염에 지장을 받는 것은 기술적으로 피하기 어렵다. 천연가스 등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는 불타는 가스가 급격히 부풀어 오르는 힘으로 발전기를 돌린다. 문제는 기온이 올라가면 대기가 팽창해서 산소 농도가 줄면서 가스가 제대로 연소하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일본의 한 화력발전소는 기온이 섭씨 30도가 되면 4도일 경우보다 출력이 10% 줄어든다.

원전은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냉각수 온도가 올라가면 증기가 물로 돌아오기 어려워져 터빈을 돌리는 힘이 약해진다. 수온이 20도에서 22도로 올라가면 발전효율은 약 1% 줄어든다. 일본 규슈전력은 여름 원전 출력이 겨울보다 1~4% 떨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내륙에 있는 원전은 가뭄이 큰 위협이 된다. 강 수위가 떨어지면 냉각수를 제대로 공급할 수 없다. 지난달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곳곳에서 산불을 촉발한 서유럽의 폭염으로 프랑스는 내륙 원전 일부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일이 처음은 아니다. 원자력 전문가들이 내놓은 ‘2021년 세계 원자력 산업 현황보고’에 따르면 프랑스는 2020년에 물 부족과 고온으로 감소한 원전 발전량이 3테라와트시(TWh)에 달했다. 앞서 2019년에도 전체 원전의 10%에 해당하는 620만 킬로와트(KW) 분량의 출력이 떨어져 전력 가격이 폭등했다.

미국 시러큐스대학 등이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세계 화력·원자력 평균 발전용량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0.7~1.0% 줄었다. 논문은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발전용량이 0.8~1.2% 추가로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문제는 이상고온과 물 부족에 따른 화력과 원자력 전력 생산 차질이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상승하면 ‘10년에 1회’ 정도인 극단적인 고온 확률이 ‘2~3년에 1회’로 높아지게 된다. 이미 기온은 산업혁명 전과 비교해 1.1도 올랐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금세기 말까지 1.8도 올라간다.

닛케이는 “화력과 원자력에 의존하는 에너지 구조가 온난화 영향을 받기 쉽다”며 “그로 인한 발전량 감소를 보완하려면 전 세계에서 대형 발전소 200기분에 해당하는 2억 KW의 추가 전력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이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한층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불안정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축전지 기술 개발이나 송전망 정비 등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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