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경영권 승계 목적 인정 판결 불복…대법 상고

입력 2020-02-2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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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가 10년간 조직적으로 총수 2세에게 100억 원대의 일감을 몰아줬다고 판단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측은 이날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이창형 부장판사)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항소심은 12일 하이트진로와 계열사 서영이앤티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모두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청구를 일부만 받아들였다. 서영이앤티의 청구가 모두 기각되는 등 하이트진로 측은 사실상 패소했다.

공정위는 2018년 3월 하이트진로에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과 79억4700만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맥주캔, 알루미늄 코일, 밀폐 용기 뚜껑 등 거래에 총수 2세인 박태영 부사장 소유의 회사인 서영이앤티를 중간에 끼워 이른바 '통행세'를 매기는 방법으로 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파악했다.

또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에 과장급 인력 2명을 파견하고 7년간 급여를 대신 지급하고, 자금을 우회 지원하는 방식으로 서영이앤티가 소유한 회사의 주식을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봤다.

법원은 하이트진로가 10년에 걸쳐 서영이앤티와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다른 회사가 거래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약 99억3000만 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이트진로 그룹 총수인 박문덕 회장은 아들인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통해 하이트진로를 지배하는 것으로 지배구조를 바꿈으로써 경영권 승계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다만 서영이앤티가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을 정상가격인 14억 원보다 비싼 25억 원에 매각할 수 있도록 우회 지원했다는 공정위 판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공정위의 과징금 납부 명령 전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모든 행위에 대해 하나의 처분으로 과징금을 산정하고 부과해 과징금 납부 명령 전체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이번 행정 소송을 참고하기로 하면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부사장과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등의 결심공판을 잇달아 연기했다. 이들의 다음 공판은 오는 27일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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