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할리우드...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 화두는 ‘이변’

입력 2020-02-09 16:58수정 2020-02-10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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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계 최고의 영예인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한국시간으로 10일 오전 10시(현지시간 9일 오후 5시) 열리는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화두는 ‘이변’이다. 가장 뛰어난 작품에 수여하는 ‘작품상’ 후보에 그동안 수상 경력이 전혀 없는 타입의 작품들이 대거 노미네이트됐기 때문이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에서부터 비영어권, 그리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 작품에 이르기까지 올해 시상식은 격동기를 맞이한 할리우드 전통영화 산업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올해도 제92회째를 맞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작품의 감독들. 왼쪽부터 마틴 스콜시지, 쿠엔틴 태런티노, 봉준호, 토드 필립스, 샘 멘더스. AP연합뉴스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수상 작품은 영화 감독과 배우들이 소속된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투표로 선정된다. 2019년 상영된 영화들을 대상으로 감독상과 주연상 등 24개 부문별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약 3시간에 걸쳐 열리는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하는 건 ‘작품상(Best Picture)’이다. 올해 작품상 후보에 대해선 제1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한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을 유력시하는 현지 언론들의 보도가 눈에 띄는 반면, 시상식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작품의 수상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게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조커(Joker)’다. ‘조커’는 DC코믹스의 ‘배트맨’ 속 악당으로 알려진 조커의 탄생 비화를 그린 작품으로, 빈부 격차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원작에는 없는 독자적 스토리이긴 하지만, 이번에 작품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만화에서 태어난 영화로는 첫 수상작이 된다.

봉준호 감독이 만든 ‘기생충(Parasite)’에 대한 기대도 높다. 가난한 가족이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집안에 가정교사와 운전기사, 가사도우미로 들어가 기생하며 일어나는 희비극을 그린 작품인데, 이 역시 수상하게 되면 비영어권 영화로는 첫 쾌거가 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기생충을 선택하면, 아카데미는 편협하고 백인주의라는 평판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지적한 만큼 결과가 주목된다.

그 다음으로 권토중래(捲土重來)가 기대되는 게 넷플릭스다. 작년에 ‘ROMA(로마)’가 넷플릭스가 만든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상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됐지만 수상은 놓쳤다. 넷플릭스는 이번에는 ‘아이리시맨(The Irishman)’과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 두 작품으로 작품상에 재도전한다. 특히 할리우드의 대부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가 동반 출연하는 전기 영화 ‘아이리시맨’은 러닝 타임이 3시간 29분에 이르는 대작으로 제작비는 1억6000만 달러나 된다. 넷플릭스는 작품상 이외 부문까지 포함하면 월트디즈니보다 많은 24건이 노미네이트되는 등 매년 시상식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아카데미상 후보작들의 다양화가 격동기에 있는 영화 산업의 현재를 비추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세계 영화 산업을 견인한 건 만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었다. 세계 흥행수입을 갈아치운 ‘어벤져스:엔드게임’을 비롯해 흥행수입 상위 10개 중 4개가 만화 원작이 차지했다.

또 2018년에 연 411억 달러였던 세계 영화시장에서 아시아 비율은 40%에 달해 제작자들의 시야도 넓어지고 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동영상 서비스는 전통 영화사를 갖고 있는 미국 미디어 기업들까지 경쟁에 뛰어들게 만들고 있다. 영화 산업의 주전장이 선진국의 영화관뿐이었던 시대는 끝나고, 이제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손바닥까지 업계의 전쟁터가 됐다. 앞으로 영화 산업이 스트리밍 서비스 중심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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