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산에 새해 전략 차질… 산업계 '시간과의 싸움'

입력 2020-02-02 15:23수정 2020-02-0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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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중단ㆍ부품 수급 차질 등 사태 장기화하면 새해 전략 물거품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새해 들어 올해 전략을 세웠는데, 신종 코로나 사태로 모두 물거품이 될 지경입니다.”

2일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미ㆍ중 무역 전쟁과 한ㆍ일 수출 갈등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기업으로서 손도 쓸 수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로 산업계가 연초부터 치명타를 맞고 있다. 현지 공장이 문을 닫았고, 부품 수급 중단으로 국내 생산도 중단 위기다.

대책 마련도 쉽지 않다. 기업들은 컨틴전시 플랜 가동을 준비 중이지만, 결국 신종 코로나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먼저 중국 지방 정부가 기업들의 연휴 기간을 지정하면서 삼성전자는 쑤저우 가전공장 가동을 8일까지 중단한다. LG전자도 지방 정부 방침에 맞춰 생산 재개 일정을 늦추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창저우 배터리 조립공장도 9일까지 정지한다. 이 밖에 SK이노베이션 중국 옌청 배터리 공장도 건설 일정을 늦출 수밖에 없게 됐다.

LS전선 또한 이창과 우시의 케이블 공장 가동 중단을 각각 9일까지로 조정했고, 확보해둔 재고를 통해 납품 일정을 맞추기로 했다.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와이어링(전선) 부품 수급 중단으로 인한 국내 공장 가동 중단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제공=현대)
재고가 가장 적은 쌍용차가 이미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현대차의 재고 물량도 4~5일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울산, 아산, 전주 등 국내 생산설비 중단도 불가피하다. 기아자동차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체들도 부품 대란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에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의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맡기고 있다. LG전자는 중국 업체로부터 열교환기 부품과 태양광 패널 등을 공급받는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중저가 스마트폰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해 ODM 비중을 늘릴 계획인데, 대부분 중국 업체에서 생산한다. 해당 공장이 문을 닫으면 중저가 스마트폰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공장 가동 중단 시 피해가 큰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경우 대부분 정상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 등 반도체 생산라인은 춘제 연휴에도 최소 인력으로 가동돼 왔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쑤저우를 비롯한 모든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도 옌타이 모듈 공장 외에는 모두 정상 가동되고 있다.

다만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난징과 광저우 공장도 가동 중단을 포함한 모든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올레드 8.5세대 패널 공장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관계자도 “큰 특이사항이나 조업 상황에 문제가 없지만, 휴무가 연장되거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조업에 영향받을 수 있다”며 “비상 상황 계획을 마련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석유화학 공장도 마찬가지다. SK종합화학의 우한 정유화학공장도 한 번 껐다 켜는 데 최장 2주간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의 닝보 공장역시 정상 가동 상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도 “중국 지방 정부의 결정에 따라 가동 중지 연장이나 가동률 조정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원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지역전략팀 부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아무래도 공장 가동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 주 이후 확진자가 얼마나 늘어나느냐 또는 안정세로 돌아서느냐에 따라 영향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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