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규모 파업 부른 프랑스 연금개혁...80만 명 거리로

입력 2019-12-06 13:33수정 2019-12-0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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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역에서 5일(현지시간)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무기한 파업이 시작됐다.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고령화와 직업 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복잡한 제도를 일원화하자는 게 핵심이지만, 현 단계에서 수령액 계산이 안돼 수급액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노동조합 등과 대화를 계속했지만, 불발로 끝나 파업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1995년 자크 시라크 정권 당시 대규모 파업과 맞먹는 경제 악영향이 나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5일(현지시간) 파리 시내에서 횃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관공서등의 무기한 파업이 시작되면서 파리 관광명소인 에펠탑은 문을 닫았고, 대중교통도 멈춰섰다. AP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밤 프랑스 전역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 참가자 수는 80만6000명으로 추산됐는데, 이는 2018년 11월 반 정부 시위 ‘노란 조끼’ 참가자 수(약 29만 명)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수도 파리 중심부 레퓌블리크광장 등에서는 파괴를 목적으로 모인 500여명이 길가에 불을 질러 보안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프랑스국철(SNCF)은 직원들의 파업으로 인해 운행편의 90%가 줄어드는 등 철도도 마비됐다. 파업은 철도 외에 파리 지하철과 버스를 운행하는 파리교통공단(RATP) 직원, 경찰관, 소방관 등으로까지 확대했다. 재택 근무 실시로 큰 도로 혼잡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SNCF와 RATP 직원들은 무기한 파업을 실시할 태세여서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

프랑스 TV인 BFM에 따르면 국민의 58%가 이번 파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대통령부 관계자는 보도진에 “마크롱 대통령은 조용히, 그리고 강력한 의지를 갖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다음 주 중반께 연금개혁 법안의 상세 내용을 공개하고, “제도가 애매해 신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노조 등에 이해를 구할 생각이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5일(현지시간) 정부의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사진을 들고 “내려오라”고 외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대규모 파업을 부른 프랑스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공무원, 국철, 자영업 등 현재 42종류로 나뉜 연금제도를 일원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납부한 연금보험료를 포인트로 환산하고, 쌓인 포인트에 맞는 수령액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금보험료 10유로를 1포인트로 환산해 쌓인 포인트에 따라 지급액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특정 직업에 취업한 사람이 연금을 많이 받는 불평등을 없앤다는 취지다. 또 2025년에 79억~172억 유로(약 10조~23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연금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수급 시기를 늦출수록 수령액이 늘어나는 구조도 도입할 방침이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 3월경 법안을 제출해 2025년경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반발이 거세다. “결국 혜택이 줄어든다” “고령자가 언제까지 일을 해야 하냐”는 등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제도 설계가 끝나지 않은 데다 아무도 구체적인 수령액을 산출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의 불신에 불을 붙였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에 따르면 1995년 대규모 파업 당시 분기 경제 성장률은 0.2~0.3%포인트 감소했다. 당시 파업이 약 3주간 이어지면서 경제가 마비됐었다.

프랑스는 강성 노조 탓에 연금 개혁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컨설팅업체 머서에 따르면 2019년 연금제도가 우수한 국가 순위에서 프랑스는 세계 37개국 중 18위에 그쳤다. 유럽 내에서도 독일(13위), 영국(14)보다 순위가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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