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장기화에 보험업계 의외의 된서리

입력 2019-11-1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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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본토 관광객 급감 -규제 회색지대서 암암리에 이뤄지던 보험 상품 채널 수요 감소

▲ 전년 대비, 출처:WSJ
수개월에 걸친 반정부 시위와 사회 불안으로 홍콩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의외의 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중국 본토에서 홍콩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빅토리아 피크’와 ‘디즈니랜드’ 같은 관광명소 외에 반드시 들르는 곳이 있었다. 바로 보험회사다. 그러나 홍콩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아시아 고객, 특히 중국 본토인들을 상대로 재미를 봐 온 대형 보험사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홍콩 관광진흥청에 따르면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격화한 8월은 중국 본토에서 홍콩을 찾은 방문객이 전년 동월 대비 42%나 감소했다. 9월에는 35%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도 관광객을 상대로 한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아시아 전역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AIA는 10월 하순, 자사 최대 시장인 홍콩에서의 신규 보험계약 가치(VONB, 신규 계약으로 기대되는 이익)가 3분기(7~9월)에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대 감소를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홍콩 보험사들은 미국 달러, 홍콩 달러 표시 보험이나 연금 상품을 판매하며 중국 본토인들을 유혹했다. 상품 대부분은 해가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저축이나 투자형 상품으로, 중국인들은 이런 상품들이 위안화 약세에서 자기 자산을 지켜줄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라고 여겨왔다.

이에 보험사들은 홍콩 국제공항에서부터 손님을 픽업해 곧장 회사 사무실로 데려가 상품을 팔았다. 예를 들어 5년간 연 1만 달러(약 1169만 원)를 납입하면, 이 자금이 전 세계 자산에 투자된다. 가입자가 50세가 되면 전액 인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평생 배당금이 지급되며, 기본적인 생명보험 보장도 제공되는 식이다.

이처럼 중국 본토인들이 홍콩에서 보험에 가입하는 건 자산을 해외로 유출시키는 일종의 꼼수다. 중국에서는 개인이 해외로 옮길 수 있는 자금이 5만 달러로 제한돼 있는데, 보험은 이런 자본 규제를 피해 거액의 자금을 국외로 이전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였던 것이다.

이런 ‘규제의 회색지대’는 2015년 여름 위안화 가치가 갑자기 급락하면서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 최대 신용카드사인 은롄은 저축형 보험 상품을 해외에서 구입하는 고객에 대해 단일 거래액을 5000달러로 제한하고, 중국 본토 고객이 자사 직불카드와 신용카드를 사용해 사고나 의료 관련 이외 해외 보험 상품을 구입하는 것도 금지했다.

개인 고객들은 이런 규제를 해결하고자 꼼수를 찾아냈다. 예를 들어 1만 달러짜리 고액 상품에 가입할 경우, 보험 대리점 및 브로커에게 먼저 중국 신용카드로 최대 5000달러까지 결제하고, 나머지를 현금이나 모바일 결제로 내는 식이다.

홍콩 보험감독 당국인 보험관리감국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서 온 방문객에 대한 홍콩의 보험 상품 판매액은 2016년에 726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 이듬해에는 감소했지만, 올여름 시위가 격화하기 전까지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홍콩에 본사를 둔 보험사들은 대부분의 보험 상품을 중국 본토인들에게 판매 규제의 모호한 분야에서 팔고 있다. 심지어 중국 본토 대졸자를 채용해 그들의 인맥과 가족을 동원해 홍콩 방문객을 고객으로 유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오렌지색:중국인 방문객 노랑색 :기타 고객 단위:10억 홍콩달러 출처: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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