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반환점] "기저효과ㆍ대외여건 탓"…핑계뿐이었던 2년 반

입력 2019-11-0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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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 고무돼 제조업 위기에도 '최저임금 인상' 역행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제25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였던 2017년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고무돼 축배를 들었다. 다가올 위기에 대비 없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 성장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결과는 처참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주요 경제지표가 줄줄이 감소 내지는 하락으로 전환됐다. 구조적 문제인 제조업 경쟁력 약화, 저출산·고령화와 주요 선진국의 보호무역 확대 등 글로벌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이런 상황에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반시장적 노동정책은 기름이 됐다.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우리 경제는 지표상 바닥을 찍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성과가 나타난 분야도 있지만,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해 미진한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국정기조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경제활력을 제고하는 데 진력했다”며 “이제는 지나간 2년 반에 대해 진단과 평가를 해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준비 없었던 2년차, ‘기저효과’ 핑계만

2017년 1~3분기 건설기성(불변)은 전년 동기보다 18.2%, 14.0%, 12.9%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원계열)도 24.2%, 18.2%, 19.2% 급증했다. 4분기부터 증가 폭이 둔화하긴 했으나, 증가 추세는 지난해 초까지 이어졌다. 수출액도 지난해 1월까지 매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취업자도 월평균 30만 명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호황에도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았다. 주력산업인 자동차·조선업에선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저출산에 더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증가 멈췄다. 세계 경제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미·중 갈등, 신흥국 통화 불안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꺼내 든 건 소득주도 성장이었다. 2년 연속으로 최저임금을 10% 이상 인상하고, 보완책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했다. 이는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증가로 이어졌다. 여기에 전년 투자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액 감소가 겹치면서 지난해 2분기부터 주요 경제지표는 급속도로 악화했다. 설비투자와 제조업 취업자 수는 감소로 전환됐고, 실업률이 치솟기 시작했다. 이는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5월(-0.1P) 하락으로 전환돼 9개월간 내림세를 이어갔다.

당시 정부의 핑계는 기저효과와 인구구조 변화, 대외여건 악화였다. 하지만 모두 예측 가능했던 변수란 점에서 정부의 실책론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말하는 요인들은 실제로 경기 둔화의 결정적인 배경이고, 정책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며 “다만 반도체 호황에 가려 제조업 위기에 뒤늦게 대응하고, 경기가 어려우면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해야 하는데 반대로 경직성을 높인 점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잘못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저효과 ‘역기저’로 회복세…정책효과는 물음표

올해 들어선 경제지표가 소폭 개선세다. 3분기 건설·설비투자 감소 폭은 각각 7.6%, 3.2%로 둔화했으며, 취업자 증가 폭도 2017년 수준까지 회복됐다. 5개 분기 연속 상승했던 실업률은 3분기 들어 하락으로 전환됐다. 경기지수도 하락을 멈추고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반등으로 보긴 어렵다. 정부는 고용지표 개선 등을 내세워 정책효과를 홍보하고 있으나, 실제론 지난해 악화에 따른 역기저효과에 가깝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2018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13개월째 기준치(100) 하회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가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게 단적인 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7일 발표한 ‘경제동향 11월호’에서 “소매판매액의 증가세가 유지된 가운데, 소비자심리지수도 소폭 개선되면서 소비 부진은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모습”이라며 투자 부진과 수출액 감소 폭 확대 등을 이유로 8개월 연속 ‘경기 부진’ 판단을 내렸다.

여기에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등 주요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경기 반등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단 경제 분야에서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3050클럽(국민소득 3만 달러·인구 5000만 명 이상)에 가입했다. 대외건전성 지표들도 개선됐다. 이달 뉴욕장에선 국가의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지난달 외환보유액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9월 외국인의 국내채권 투자잔액 역시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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