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람의 스토리텔링] 다크코인 수난 시대…혁신인가 범죄인가

입력 2019-09-18 05:00

가상화폐(암호화폐·코인) 중에는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신원을 가려주는 기능을 가진 것들이 있습니다. 이를 ‘익명성 코인’이라고 하는데요. 범죄자들과 국제 테러범들이 이용하는 웹사이트인 다크웹에서 거래에 쓰인다고 해서 ‘다크코인’이라고도 합니다. 최근 이 코인들이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되거나, 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거래소들의 결정 이유와 쟁점에 대해 알아보죠.

◇업비트·오케이이엑스 코리아 상장 폐지 수순 = 업비트는 이달 9일 모네로(XMR), 대시(DASH), 지캐시(ZEC), 헤이븐(XHV), 비트튜브(TUBE), 피벡스(PIVX) 등 6종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일주일간 검토한 후 상장 폐지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습니다. 유의 종목 지정 사유가 완벽히 소명되지 않을 경우 거래 지원 종료 수순을 밟겠다는 입장인데, 일주일 동안 코인의 고유 특성이 바뀔 일은 없기 때문에 상장 폐지가 확실시됩니다.

업비트의 다크 코인 유의 종목 지정 다음 날인 10일 오케이이엑스 코리아(OKEx Korea)는 모네로, 대시, 지캐시, 호라이즌(ZEN), 슈퍼비트코인(SBTC) 등 5종의 거래 지원 종료를 발표했습니다. 발표 한 달 뒤인 10월 10일 오후 7시를 기점으로 거래가 종료되고, 이후 두 달 뒤엔 출금 서비스가 완전히 종료된다고 합니다.

두 거래소 모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팻에프)가 6월 발표한 가상자산 관련 권고안을 이유로 들었는데요.

거래소가 가상자산의 송신자와 수취인의 신원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이에 따르면 송신자와 수취인의 정보를 숨길 수 있는 다크코인의 특징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죠.

◇기술 혁신인가 범죄 수단인가 = 거래자의 신원을 감출 수 있다는 건 익명성 코인의 특징입니다. 코인이 나올 때부터 이미 범죄나 테러, 탈세 등에 이용될 위험성이 있었죠.

그런데도 많은 거래소가 익명성 코인을 상장한 것은 기술적 참신성을 봤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지캐시가 가진 ‘영지식증명’ 기술은 블록체인의 걸림돌로 작용하던 개인정보 보호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 재단은 영지식증명 기술을 활용해 블록체인에서의 개인정보 보호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속도 개선에도 사용될 수 있도록 연구 중입니다. 코인이 악용될 수 있는 것과 별개로 사용된 기술은 훌륭하다는 게 많은 블록체인 기술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죠.

이런 이유로 극단적 기술론자들은 익명성 코인의 제재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대부분의 다크웹에서 대시나 모네로보다 비트코인을 선호한다고 지적합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블록체인 인텔 캐런 츄 최고경영자는 “비트코인은 다크웹상의 불법 거래에서 그 어떤 익명성 강화 토큰보다도 훨씬 더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그들은(다크웹의 불법 행위자) 지캐시와 대시 등의 익명성 강화 토큰보다 비트코인의 거래를 더욱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내년 6월 운명의 날 온다 = 각국 정부는 FATF 권고안이 발표된 1년 뒤인 내년 6월까지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 하는데요. 우리나라도 이를 기준으로 법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앞으로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확인제도(KYC)를 강화하게 되면 익명성 코인의 입지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겠죠.

다만 아직 가상화폐 관련 법안 발의 중인 상태로 세부사항이 구체화되려면 6개월 이상이 남았습니다.

대시와 모네로, 지캐시 등 주요 익명성 코인 3종은 긴 시간 거래된 만큼 투자자 범위가 넒은 게 현실인데요.

이 때문에 상장 폐지 과정을 단계적으로 두고, 투자자들이 개인지갑이나 다른 거래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고팍스,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등 국내 주요 거래소 5곳 중 코인원은 유일하게 익명성 코인이 상장되지 않았습니다.

코인원이 선견지명이 있었던 걸까요. 코인원은 의도했다기보다 기술과 시장성 등 상장 기준에 부합한 익명성 코인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익명성 코인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보유한 익명성 코인의 상장 폐지 여부를 항상 예의주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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