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바꿨어?” 건설업계 브랜드 리뉴얼 '열풍' 왜?

입력 2019-09-06 06:20수정 2019-09-0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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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ㆍ재건축 수주전 선점 노려

건설업계에 아파트 브랜드 리뉴얼 바람이 거세다.

올해 들어 시공능력평가 순위 15위권 건설사 중 절반 가량이 아파트 브랜드를 바꾸거나 새 브랜드를 런칭했다. 기업의 이미지와 인지도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새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재도약을 도모하겠다는 건설사도 적지 않다.

GS건설 자회사인 자이S&D는 5일 중소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자이르네(Xi rene)‘를 런칭한다고 5일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한화건설도 지난 2001년부터 사용해 오던 ‘꿈에그린’ 브랜드를 버리고 새 주거 브랜드 ‘포레나(FORENA)’ 선보였다.

포레나는 아파트·주상복합단지·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통합브랜드로, 기존 꿈에그린과 오벨리스크 브랜드를 대체하게 된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브랜드가 흩어져 있어 집중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로 통일해서 노출도를 높이기 위해 포레나를 런칭했다”면서 “기존 꿈에그린은 영문 표기도 힘들었고 요즘 트렌드에 맞는 콘셉트를 담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맏형 격인 현대건설은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사용하는 ‘힐스테이트’ 명칭 표기 시 영문을 없애고 한글로 단일화하고 국내 최고 건설사라는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 BI(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자사 로고를 함께 표기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2015년에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수주를 위해 고급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 ’를 선보였다.

대우건설도 지난 3월 자사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를 16년 만에 리뉴얼했고,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아파트 브랜드를 도입한 롯데건설도 지난 1월 아파트 브랜드 ‘롯데캐슬’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한 ‘롯데캐슬 3.0’을 공개했다. 롯데건설은 조만간 재건축 시장 공략을 위한 하이앤드 브랜드도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호반건설은 주상복합단지에 적용한 ‘호반 써밋플레이스’를 ‘호반 써밋’으로 리뉴얼하는 한편 아파트 브랜드 ‘베르디움’의 BI 디자인을 변경했다.

‘고급 건축물의 명가’ 쌍용건설도 지난 해 아파트와 주상복합아파트 브랜드를 ‘더 플래티넘’으로 통합하고 올해 분양하는 모든 주거 단지에 통합 브랜드를 적용하고 있다.

‘데시앙’ 브랜드로 알려진 태영건설과 코오롱글로벌도 BI 디자인을 새롭게 바꿨고, 신세계건설은 ‘빌리브’, 대보건설은 오피스텔 브랜드 ‘하우스디 어반’을 새로 내놨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대거 브랜드 리뉴얼과 런칭을 진행하는 이유는 결국 수주를 위해서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최근 택지 공급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주요 수주처인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일감(시공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브랜드 파워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 등 일부 인기 지역에서는 정비사업 조합들이 인기 브랜드를 보유한 대형 건설사가 아니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다. 때문에 3~4년 전에는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하이엔드 브랜드 런칭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아파트 브랜드 도입 초창기에 브랜드를 선보인 건설사들의 경우 세월이 20년 가까이 흐른 만큼 재정비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도 최근의 브랜드 리뉴얼 열풍 이유로 꼽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팀에서 다른 건설사들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떨어져 수주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와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했다”면서 “다른 건설사들도 경쟁에서 뒤질 수 없는 만큼 브랜드 리뉴얼이나 런칭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업계의 브랜드 시대는 지난 1999년 롯데건설이 처음으로 아파트에 ‘롯데캐슬’이라는 브랜드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0년 삼성물산(래미안), 대림건설(e편한세상), SK건설(SK뷰)가 새 브랜드를 들고 합류했다.

2001년 현대산업개발(아이파크)과 한화건설(꿈에그린), 2002년에는 현대건설(힐스테이트), 포스코건설(더샵), 대우건설(푸르지오), GS건설(자이)등이 잇달아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바야흐로 아파트 브랜드 전성시대를 열었다.

건설사들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당시 배용준과 손예진 등 특급 배우들을 모델로 잇따라 기용하며 화제를 낳았다. 당시 광고시장에서 건설사들은 큰 손으로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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