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두산중공업 부사장의 퇴임 일성… “원자력 산업 모순적 상황, 안에서 해결 힘들었다”

입력 2019-09-03 17:30수정 2019-09-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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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러분(직원)들이 회사의 주인... 자긍심 잃지마시라”

본 기사는 (2019-09-03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Plant EPC BG장)이 최근 회사를 떠나며 직원들에게 남긴 편지가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모순’이라며 지적하는 동시에 회사를 떠나는 후배직원들에 대한 진솔한 안타까움을 담았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김 전 부사장은 편지에서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함과 동시에 탈원전 기조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두산중공업)가 직면한 어려움이 과연 누구의 잘못인지에 대해서는 모든 회사 구성원들이 각자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멀쩡하게 지난 40년간 단 한 명의 인재 사고도 내지 않고 한국 산업, 경제 발전의 기둥 역할을 해 온 원자력 사업이 죄인처럼 몰리고, 자기 나라에서는 안전 문제 때문에 짓지 않기로 한 원자력발전소를 해외에서 수출하는 이중적 모순 상황에서 ‘더는 회사의 어려움은 안에서만 해결하기는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회사를) 떠나게 만들었다”고 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젠킨스빌 인근의 한 원자력발전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7일(현지시간) 서방 선진국들이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젠킨스빌/AP뉴시스

김 전 부사장은 경영자로 일하며 느낀 개인적인 소회 또한 밝혔다. 김 전 부사장은 “BG장으로서 앞날이 창창한 후배 직원들의 이직 사표를 결재하는 상황이 참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회사를 떠나는 후배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영자가 무슨 면목으로 자리를 지킬까’ 하는 자괴감이 ‘끝까지 해보자’는 자긍심을 넘어선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밖에서 다른 희망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ㆍ외 현장에서 묵묵히 오늘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러분(직원)들이 이 회사의 주인”이라며 “한국의 발전, 담수 산업을 지켜온 자랑스러운 두산중공업의 주인공으로 반드시 회사의 영광을 되찾는 날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부사장은 편지 끝부분에 “부디 그 자긍심을 잃지 마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원자력·화력 등 발전설비를 제작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상반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109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1379억 원에 비해 20.5%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수주 실적(4조6441억 원) 또한 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전인 2016년(9조534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 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두산중공업은 활로 개척을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국내 신규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한 가운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미국과 영국, 체코 등에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비용절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250여 명의 직원을 두산인프라코어, (주)두산 등 관계사로 전출시켰고, 올해 상반기에는 사무직 직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순환 휴직을 실시했다. 이외에도 지난달 말에는 내부적으로 연봉 인상 시기를 연말로 연기하기로 했다. 다만 회사 측은 연봉 인상 시기 연기에 대해 “인상분은 소급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전 부사장의 사임에 따라 두산중공업 Plant EPC BG는 박인원 부사장(Plant EPC BG 영업·마케팅총괄)이 이끌게 된다. 박 부사장은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3남으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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