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리 사임, ‘극우 포퓰리즘’ 연정 종지부...경제 악영향 불가피

입력 2019-08-2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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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콘테 총리 “연정 붕괴 원인 살비니에 있어”...극우 포퓰리즘 연정, 1년 2개월 만에 종지부

▲20일(현지시간)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로마 상원 의사당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날 사임 의사를 밝혔다. 로마/신화연합뉴스
이탈리아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이탈리아 정국이 혼돈에 빠져들었다. 조기총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세페 콘테 총리가 이날 사임을 선언했다. 콘테 총리는 로마의 상원의사당에서 연설 도중 “연정 위기로 정부 활동이 손상을 입게 됐다”며 “현 정부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고 사임을 공식화했다.

이후 그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퀴리날레궁을 찾아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8일 연정의 한 축인 극우정당 ‘동맹’ 소속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반체제정당인 ‘오성운동’과의 연정 붕괴를 선언한 지 12일 만이다.

이로써 작년 6월1일 출범한 ‘극우 포퓰리즘’ 연정은 1년 2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콘테 총리는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연정 붕괴의 원인이 살비니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살비니를 겨냥해 “개인과 당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정치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살비니는 이달 초 정부 무능을 이유로 정부해산을 요구하고 조기총선 실시를 주장했다.

이탈리아는 2018년 3월 총선 이후, 과반 의석 확보 실패로 두 정당의 연정으로 운영돼 왔다.

법학자이자 변호사 출신인 콘테 총리는 오성운동과 동맹 간 연정 협상 과정에서 중립적 인사로 거론되며 총리에 낙점됐다.

그러나 동맹과 오성운동은 출범 이래 부유한 북부지역의 자치권 확대와 감세, 사법 개혁, 주요 인프라 건설, EU와의 관계 설정 등 핵심 정책에서 극심한 이견을 드러내며 불안한 동거를 이어왔다.

급기야 지난 8일 동맹이 강력하게 지지해온 리옹(프랑스)-토리노 간 고속철도(TAV) 사업 관련 상원 찬반 표결에서 오성운동이 반대표를 던지자 살비니는 오성운동과의 정책 이견을 극복하기 어렵다며 연정 붕괴를 선언했다.

이탈리아의 향후 운명은 일단 마타렐라 대통령에 달렸다. 우선 새로운 연정 구성 가능성을 타진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성명을 통해 당장 21일 오후부터 정당 대표들과 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의회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과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이 물밑에서 연정 구성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당 역시 다른 이념 성향과 지지 기반 아래 그동안 앙숙처럼 지내왔다.

하지만 동맹이 연정 붕괴를 선언하며 차기 정권에 대한 욕심을 노골화하자 ‘반(反)동맹’ 전선을 구축한 상태다.

만일 정당 간 이견으로 새 연정 구성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마타렐라 대통령은 의회 해산과 함께 조기 총선을 선언할 수 있다. 의회 해산은 대통령만 행사할 수 있는 고유 권한이다.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은 안 그래도 어려운 이탈리아 경제에 악재라는 평가다. 이탈리아는 다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10월 중순까지 새해 예산안 세워야 한다. 콘테 총리는 예산안이 제때 통과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재정 불안 위험이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탈리아는 GDP 대비 부채비율이 130%를 넘어선다.

이날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이탈리아은행지수도 2.1%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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