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재 의존이 대기업 탓?" 삼성전자는 이미 뛰고 있었다

입력 2019-07-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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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용 포토레지스트 개발 美 스타트업에 이미 두차례 대규모 투자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제공 삼성전자
일본의 수출 제재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삼성벤처투자·삼성넥스트 등 자회사를 통해 꾸준히 확대해 온 스타트업 투자에서 탈(脫) 일본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특히 소재·부품의 높은 대일(對日) 의존도를 놓고 국내 대기업 책임론이 나오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그간 행보를 보면 이미 기술 내제화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나타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감광액) 개발 및 수급을 위해 몇 년 전부터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인프리아’라는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다.

지난 2014년과 2017년 각각 470만 달러(55억 원), 2350만 달러(280억 원) 규모 투자를 삼성벤처투자가 주도했다.

인프리아는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2017년에 7나노미터 공정 이하 미세공정에서 EUV 노광 공정을 지원할 수 있는 전용 솔루션을 개발했다. 게다가 5나노미터 이하의 미세 공정에선 삼성전자에 포토레지스트를 공급하고 있는 일본 JSR, 신예츠 방식보다 인프리아 방식이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프리아는 삼성벤처투자에서 투자한 회사는 맞지만, 아직 해당 기술이 실제 자사 공정에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기술 개발 및 제품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어, 추후 삼성전자 공정에 적용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가 인프리아를 인수합병(M&A)할 가능성도 나온다. 그 경우 대만의 TSMC 등 파운드리 경쟁자보다 한 걸음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4차산업 분야를 비롯해 나노 신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외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벤처투자, 삼성넥스트, 삼성캐털리스트펀드 세 곳을 통해 투자한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만 300여 곳이 넘는다.

지난 5월에는 미국 나노 소자 기술 업체 ‘나노포토니카’에 투자했고,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불리는 라이다 핵심 기술을 갖춘 3D 센서 스타트업 ‘센스포토닉스’투자에도 참여했다. 이 밖에 가정용 AI 의료 로봇 업체와 블록체인 기술 업체 등에도 잇따라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인수합병도 단행했다. 투자 후엔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잠재력과 성장성이 입증되면 삼성전자 등 사업 계열사가 인수해 역량을 높여나가는 방식이다.

올 초 인수한 이스라엘 스마트폰 카메라솔루션업체 ‘코어포토닉스’는 삼성벤처투자가 투자한 뒤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과 전략적 협력을 해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 인수한 미국 AI 검색엔진 개발업체 ‘케이엔진’도 삼성벤처투자가 2014년 투자한 업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기술력을 갖춘 전 세계 다양한 업체들을 눈여겨보며 투자 및 M&A를 단행해 왔다”며 “대기업이 노력을 하지 않아 일본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속사정을 모르는 이들의 발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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