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 한국 전자산업 뿌리 흔든다

입력 2019-07-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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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발 경제보복 쓰나미가 우리나라의 전자사업 뿌리 자체를 흔들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에 이어 수출 규제 강화 품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산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칼끝은 우리나라 수출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를 겨냥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추가 수출 규제 품목으로는 웨이퍼와 이미지센서, 반도체 장비 등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이 거론된다. 한국 경제의 급소인 반도체를 찔러 효율적인 경제 보복을 하겠다는 속셈이다.

일본이 처음 규제한 수출 품목 역시 반도체 핵심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레지스트 등 3개였다. 일본의 폴리이미드와 레지스트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고, 에칭가스는 70%를 웃돈다. 당장 이 3가지 품목만으로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과 폴더블폰 사업 계획에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 확대를 위해 하반기부터 EUV(극자외선) 라인의 양산을 시작할 예정인데, 해당 공정에 사용되는 소재인 EUV용 포토 레지스트를 일본으로부터 전량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타다시 유노 IHS 마킷 디스플레이 연구책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LCD 디스플레이 제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면서도 “삼성 갤럭시 폴드 스마트폰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갤럭시 폴드는 일본의 전자 재료 업체 인 스미토모 화학의 불소화 폴리이미드 필름을 사용해 생산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기초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도 후속 보복 조치 카드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실리콘웨이퍼 시장에서 일본 신에츠, 섬코는 각각 점유율 27%, 26%를 차지하며 1, 2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SK실트론은 9% 수준이다.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 전공정 소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일본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되는 이미지 센서도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소니 점유율이 51%로 압도적이다. 특히, 고화소 이미지센서는 일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각종 카메라나 센서가 필요한 사물인터넷(IoT) 기기에도 영향이 클 수 있다. 소니에 이어 삼성전자가 점유율 17.8%로 뒤를 쫓고 있다.

일본산 반도체 장비도 비수가 될 수 있다. 일본 반도체 장비의 경우 도쿄일렉트론(점유율 15.1%), 고쿠사이일렉트릭(2%), 히타치하이테크놀로지스(2%), 다이후쿠(1.6%) 등의 기업들이 글로벌 상위 10위 안에 올라 있다. 이들 업체는 반도체 클린룸에 들어가는 핵심 장비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 앞서 ASML(네덜란드), 램리서치(미국) 등의 기업들도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지만, 장비 업체별로 생산하는 품목이 다르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업체의 장비로 대체하기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OHT(반도체웨이퍼 이송시스템)와 트랙장비의 경우 일본의 다이후쿠와 도쿄일렉트릭의 제품 성능이 뛰어나 해당 제품을 주로 이용한다”며 “일본 장비 의존도가 약 2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의 전장화가 진행되면서 기본적으로 차에 들어가는 전자장비가 많아졌다. 반도체와 메모리 분야가 타격을 받을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미 한국의 전자 제품 수출 부문은 6개월 연속 수축했다”면서 “글로벌 전자 부품 신규 주문의 침체와 미·중 무역 협상의 역풍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이번 조치는 세계 무역에 긴장감을 불어 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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