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공공기관”..감정원·감평사협회 ‘공기관化’ 놓고 밥그릇 싸움

입력 2019-07-0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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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자격 갖춰..공공기관화 가능” vs 감정원 “민간에 공시가 업무 맡길 수 없어”

한국감정원과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이하 평가사협회)의 골 깊은 감정(憾情) 다툼이 이제는 협회의 공공기관화 문제를 놓고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갈등의 골은 가격 공시 업무 관할권을 두고 양측이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데서 촉발됐다.

감정원은 공시가격 산정은 국가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공성을 갖춘 공적기관(감정원)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평가사협회는 평가사가 ‘영리만 추구한다’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라도 협회의 공공기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3일 업계 등에 따르면 감정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230가구에 대해 통째로 올해 공시가격을 하향 조정하면서 현행 공시가 산정 방식에 대한 신뢰성 논란 뿐 아니라 공시가 업무 독점 논란까지 일고 있다.

현재 공시가격 산정 주체는 감정원과 감정평가사로 양분돼 있다.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은 감정원이 실거래가와 시세 조사 등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고, 토지는 평가사들이 감정평가 방식을 통해 산정한다.

감정원과 감정평가사협회는 공시가 산정에 있어 어느 쪽 방식이 더 우월한지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감정원은 감정평가사들이 과거 도맡아 하던 공동주택 및 단독주택 공시가 산정 업무를 가져간데 이어 토지 공시지가 산정 업무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토지 공시가 산정을 계속하려는 평가사 업계나 이를 이관해오려는 감정원이나 가격 산정을 더 객관적으로 잘 한다는 설득이 필요했던 셈이다.

이 같은 쟁점은 올해 공시가 산정 부실 논란이 불거지면서 다시 부각됐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최초 산정 시점(지난해 12월)과 정부 발표(1월 25일) 사이에 10억 원 이상 조정되는 일이 발생하는 등 감정원이 뒤죽박죽으로 공시가를 책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진 것이다.

이런 논란을 빚고도 감정원은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시가격은 공공성이 강한 제도로 민간 영역에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으로서 일관된 기준과 조직 운영을 통한 체계적인 업무수행 시스템을 갖춘 감정원과 달리, 평가사업계는 개개 평가사의 판단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상대적으로 책임감이 약한 측면이 있는데다 주관성·자의성이 개입될 여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평가사협회는 감정원이 전문성도 없고 업무도 과다하게 맡고 있어 공시가 산정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감정평가사 김모씨는 “감정원은 900명 조직으로 이 중 500명이 시세 조사 등 감정원의 기능을 맡고 있는데, 이들은 비전문가인 데가 업무까지 과하게 맡고 있어 갤러리아포레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평가사들이 책임감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는 전문가로서 문제 지적이 들어올 경우 평가보고서를 공개하고 오류를 잡아낸다. 그런데 오히려 감정원이 공시가 산정 과정을 꼭꼭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사협회는 평가사들의 이익을 위해 조성된 단체다 보니 영리 추구에만 몰두할 것이란 인식을 받고 있다는 것으로 잘 알고 있다. 이에 협회도 공공성을 더 갖춘 형태로 거듭나고자 공공기관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평가사들은 국가 공인 전문가로서 부동산 가격공시업무와 관련해 공무원으로 간주하며 공무수탁인 의무를 지키는 등 공적 형태를 이미 갖추고 있다”며 “충분히 공공기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의 공공기관화는 감정원 입장에선 중복 기능에 대한 조정으로 외연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이익단체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경우는 없었다”며 “협회의 공공기관화가 구체화된 것이 아니므로 아직 어떤 평가도 내릴 수 없는 단계”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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