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해봤다] '고기 1도 없는 버거' 기자 5명의 미라클버거 체험기

입력 2019-06-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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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햄버거가 아니다. (김정웅 기자 cogito@)

부장 “다들 내일 점심 약속 없지?”

기자들 “와! 뭐 되게 맛있는 거 먹으러 가나요?”

부장 “내일 점심은 콩고기 버거를 먹고 체험 후기로 기사를 써 봅시다.”

기자들 “와아….”

▲아... 진짜 재밌겠다... 와아.... (김정웅 기자 cogito@)

리아 미라클버거.

롯데리아에서 자체 개발했다는 식물성 패티 햄버거. 현재 롯데리아 신천점, 건대점, 숙대점 3개 점포에서 이달 24일까지만 테스트 판매한다는 바로 그 버거.

세계의 채식 시장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 대체육류 시장은 지난해 186억 달러로 집계됐으며, 2020년엔 200억 달러(약 23조6600억 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라고 한다. 2040년에는 식탁 위 고기의 60%가 대체육일 것이라고 컨설팅업체인 AT커니는 전망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대표 대체육 업체인 임파서블푸드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최근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시작 단계인 국내 대체육 시장은 지난해 4527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윤리적 식품 소비'라는 물결은 이제 국내에서도 점차 확산되며, 해외 대체육 업체의 진입과 국내 업체들의 수성이라는 한판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롯데리아는 국내 패스트푸드 업계 처음으로 대체육 버거를 테스트 상품으로 선보이며 시장의 반응을 엿보고 있는 것.

근데 다들 이런 정보를 원하는 게 아니지 않나. 당연히 문제는 이다. 그래서 숙대점에 가서 직접 사왔다.

<시식 참가자들>

다른 햄버거는 안 먹어도 롯데리아 새우버거만 돈 주고 사 먹는다는 A기자
아이와 패스트푸드점에 간다면 거의 항상 롯데리아 데리버거를 먹는다는 B기자
시식 내내 “콰트로치즈버거 먹고 싶다”고 5회 정도 말한 버거X 마니아 C기자
패스트푸드점은 햄버거로 잘 안 친다는 수제버거 선호자 D기자
맘스터치 6개월 알바 경력을 수시로 자랑하는 E기자

▲만반의 준비를 미리 갖춰두고 있었던 기자들. (김정웅 기자 cogito@)

D, E- 사 왔습니다. 먹어볼까요? 엥?

(이미 수북이 떡볶이, 컵라면 같은 음식들이 쌓여 있다)

E - 아... 다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두셨나요. (웃음) 햄버거 종류는 두 가지에요. '리아 미라클 오리지널''리아 미라클 오니언'. 오니언은 양파로 만든 링 패티가 추가된 게 다른 점이죠.

(두 종류의 버거를 '한 입'씩 먹어봤다)

A - 이거 얼마냐?

D - 오리지널 단품 3700원, 세트 5700원. 오니언 단품 4300원, 세트 6300원인데요.

A, B, C - 와아...!

E - 그 탄식은 뭐죠?

C - 매장에 사 먹는 사람이 정말 있다고?

D - 별로 없던데요.

A, B, C - 아아...!

E - 아직은 테스트 제품이라 그럴 거예요.

햄버거를 사 온 숙대점에선 배너를 걸고 광고하고 있지만, 대부분 잘 모르는 것 같았고요. 아니, 그보다는 애초에 채식주의자가 패스트푸드점을 왜 올지는….

A -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잖아. 예를 들면 나는 채식주의자인데, 일행이 패스트푸드점에 점심을 먹으러 간거야. 그럼 이걸 선택하는 거지.

E - 참고로 이건 비건(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은 못 먹어요. 아직 테스트 제품이라서 소스에 육류 성분이 조금 들어있거든요. 나중에 혹시라도 정식 출시가 되면 비건도 먹을 수 있게끔, 완전히 육류 성분을 뺀 햄버거를 낸다고 하네요.

▲소고기 성분이 들어가있다고 알레르기 유발 식품 안내에 이미 명시가 돼 있다. 소스의 육류 성분 때문이다. (김정웅 기자 cogito@)

A - 그럼 현 상태만 볼 때, 이 상품의 타깃은 누구일까? 사실 맛은 좀 의문이 들거든.

E - 맛이 어땠는데요??

C - 너는 어떤데?

E - 저는 고기패티 버거와 비교해 볼 때, 맛이 더 없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어제 과음으로 속이 좀 안 좋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다른 ‘멀쩡한’ 분들은 어떠셨나요?

(지나가던 차장 F. 버거에 흥미를 보이더니 패티를 조금 뜯어 먹어 본다)

A - 마침 잘 오셨네요. 맛이 어때요?

F - (15초간 정적 후) 맛없네.... (바로 퇴장)

▲별로 맛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자정신으로 다들 꿋꿋이 먹었다. (김정웅 기자 cogito@)

A - 아닌 게 아니라 탄 맛이 좀 느껴지는 것도 같고...구운 건지, 튀긴 건질 잘 모르겠네? 진짜 고기 햄버거랑은 비교하기는 좀 힘들 것 같은데? 게다가 아직 시제품이라 완전한 비건 음식이 아니기도 하고.

B - 아기들에게는 적당하지 않을까요? 우리 아이는 6살인데, 생각보다 괜찮을 것 같아요. 매운 음식 파는 식당에서 시켜주는 어린이돈가스 같다고나 할까? 그런 개념인 것이지.

E - 아니, 아기라도 맛은 다 알 건데 말이죠. 오히려 맛있는 고기 햄버거 먹고 싶지 않을까요.

B - 아니야. 아기들은 자극적인 걸 어른처럼 많이 안 먹어봤기 때문에 딱히 고기 맛이라던가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지 않아. 근데 맛이 문제가 아니라 햄버거 패티가 건강에 안 좋다고들 많이 얘기하잖아. 패스트푸드점에 가게 될 일이 있으면 건강 생각해서라도 이거 시켜줄 거 같은데? 만일 ‘해피밀’ 같은 장난감 사은품이 있는 세트라고 하면, 딱일 것 같아.

E - 그럼 선배는 만약 아이랑 롯데리아 가면 뭐 드실 거에요?

B - 난 데리버거 먹어야지. 굳이 나까지 먹을 이유는 없잖아?

C - 햄버거라는건 원래 ‘육즙’ 맛에 먹는 거잖아. 버거X 콰트로치즈와퍼 생각해봐. 그 터지는 육즙....

E - 그런 상품을 여기다 비교하시면 어떻게 해요? (실소) 근데 이거 패티 꼭 녹두전 같지 않나요? 생각해보면 녹두전도 콩을 튀겨서 이렇게 만든거니까, 큰 차이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차라리 녹두전을 패티 대신 넣었으면 어땠을까요? 한국 스타일의 대체육 상품 아닐까요?

▲리아 미라클버거 패티의 여러 모습. 왼쪽 하단은 일부러 패티를 부수어 보았다. 오른쪽 아래는 리아 미라클버거 오니언의 양파링 패티. (김정웅 기자 cogito@)

E - 자. 이제 총평해 보도록 하죠. 다들 리아 미라클버거 세트 먹는데 얼마 정도 내시고 싶으세요. 왜 지불용의가격이라는 거 있잖아요. ‘이거는 얼마 정도 가격이면 사 먹겠다’라는 거.

C - 여기 채식주의자 한 명도 없잖아. 굳이 이걸 먹을 이유가 없는 셈이지. 나라면 0원?

B - 아까도 말했지만, 건강 생각해서 아이 사주는 것이라면 지불할 용의는 있지. 가격은 좀 더 고민을 해봐야겠어. 물론 나라면 별로.

A - 아니 그래도 정식 제품이 나오면 피치 못하게 패스트푸드점에 가게 된 채식주의자들한테는 꼭 필요할 것 같아. 뭐, 굳이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윤리적 식품 소비에 동의한다면 소비할 수도 있는 거고.

E - 그래서 선배는 얼마?

A - 0원. 롯데리아에 갔으면 무조건 새우버거를 먹어야지. 나는 대체육 버거는 선택 안 할 것 같아.

D - 잠깐. 롯데리아하면 소프트아이스크림아닌가요?

E - 팥빙수 아닌가?

(롯데리아를 대표하는 메뉴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던 중)

C - 다들 틀렸어. 롯데리아하면 역시 이거라니깐!

▲^-^V 논쟁 종결. (김정웅 기자 cog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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